[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역사 상 최초의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기생충’을 선택했다.

봉준호 감독은 무대에 올라 “열두 살의 나이에 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며 “이 트로피를 손에 들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기생충’ 배우들을 비롯한 스태프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와 투자배급사 CJENM 관계자들 그리고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송강호도 시상식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를 ‘위대한 배우이자 그의 동반자’로 소개했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은 한국영화 첫 수상이자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로 의미를 더한다. 영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한국의 빈부격차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메시지로 평가 받으며 칸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 ‘도쿄!’(2008) ‘마더’(2009) ‘옥자’(2017) ‘기생충’(2019)으로 다섯 번 만에, ‘옥자’ ‘기생충’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지 두 번만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무엇보다 거장 감독들의 작품이 많아 의미를 더한다. 켄 로치·테런스 맬릭·페드로 알모도바로·다르덴 형제·쿠엔틴 타란티노 등을 제치고 이룬 결과다.

칸국제영화제는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한국영화는 2002년 ‘취화선’(감독 임권택)의 감독상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감독 이창동) 여우주연상,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 심사위원상, 2010년 ‘시’(감독 이창동) 각본상 등을 받았다. 황금종려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경쟁부문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으로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미국 배우 엘르 패닝, 부르키나파소 배우이자 감독인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 각본가이자 감독·제작자인 켈리 리처드, 이탈리아 감독이자 각본가 알리체 로르바케르, 프랑스의 그래픽 소설 작가이자 감독 엔키 비라르, 프랑스 감독이자 로뱅 캉피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칸영화제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에서 열렸다. 개막작으로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가, 마지막 상영작은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더 스페셜스’가 선정됐다. 한국영화 진출작으로는 경쟁 부문 ‘기생충’,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악인전’(이원태 감독),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에 ‘령희’(연제광 감독), 감독주간에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정다희 감독) 등이 소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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