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2019년 칸 국제영화제 영광의 주인공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신작 '기생충'으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본상을 받는 건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후 9년 만이다.

전 세계 언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폐막식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땐, 고국에 돌아가서 돌팔매를 맞지 않겠구나 안도의 마음만 들었다"며 그게 수상까지 이어지자 "장르영화 감독인 내가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 자체가 놀랍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송강호와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기까지 40분만 피를 말렸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지난 21일 오후 10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후 외신과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으면서 영화제 기간 내내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히 올해의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기생충'은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며 부드러운 방식으로 (사회 계층 문제를) 이야기하는 예기치 않은 방법의 신비를 느꼈다. 한국의 영화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그렸다. 모두가 매혹됐고, 만장일치의 결정이 났다"고 황금종려상을 선정한 이유를 밝히면서 또 한 번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작품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큰 영화적인 모험이었다"며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던 영화였다"고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칸 경쟁부문 두 번째 노미네이트 만에 기분 좋은 결과를 맛봤다. 그는 지난 2006년 59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영화 '괴물'을 시작으로, '도쿄!'(2008년 제61회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2009년 제62회 주목할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이어 올해 '기생충'으로 5번째 찾은 칸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연신 미소를 지으며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한국 영화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김기영 감독님의 대규모 회고전에 참가한 적 있다. 그때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다"고 일화를 밝혔다. 이어 "제가 이렇게 황금종려상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관심받게 됐지만,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 한국영화 만든 게 아니다"라며 "김기영 감독님처럼 많은 한국영화 역사엔 위대한 감독들이 계신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했던 회고전처럼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아시아의 거장들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올 한 해를 거쳐서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칸의 선택으로 전 세계 화제작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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