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동·한독·LSK 글로벌 PS, ‘비연구개발전문’ 잇따라 출범
‘NRDO’를 표방하는 국내 바이오벤처도 등장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개발 중심 바이오벤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전문회사 설립과 그에 따른 연구진을 대폭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 중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동홀딩스, 한독,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글로벌 PS)등이 신약개발을 위해 'NRDO' 사업에 발을 들였다.

NRDO란 성공 가능성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들여와 임상시험, 상용화 등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이오벤처 사업모델로, '비연구개발전문' 또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라고 부른다.

최근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유수 관련기업들이 속속 ‘NRDO’ 자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동홀딩스 CI/사진=일동홀딩스 제공

◆ 일동홀딩스·한독·LSK 글로벌 PS, 자회사 설립 및 지분투자 해

일동홀딩스는 지난 24일 기존 연구소와는 별도로 NRDO 모델의 신약개발 회사 '아이디언스'를 신규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NRDO 전문회사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집중적으로 발굴, 임상진행, 기술수출, 상용화 등 신약개발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한독은 지난 3월 미국 바이오벤처 기업인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에 5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했다. 이로써 한독은 이중항체 신약 과제를 기술 이전해 개발 중인 트리거 테라퓨틱스의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트리거 테라퓨틱스는 작년 4월 설립된 미국 바이오벤처로 유망한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및 개발에 집중하는 NRDO 전문업체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조지 위(George Uy)는 로슈(Roche),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즈(Spectrum Pharmaceuticals),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 아브라식스 온콜로지(Abraxis Oncology)에서 다수의 신약 상업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 CI/사진=한독 제공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LSK 글로벌 PS는 지난 2월 신약개발 자회사로 엘에스케이엔알디오(LSK NRDO)를 설립했다. 이는 임상시험 수탁에서 신약개발로 사업 분야를 확장함에 따른 것이다.

LSK 글로벌 PS는 LSK NRDO 설립을 통해 국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비즈니스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 사례로 지난 3월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DGG-200338)의 특허 및 기술에 대한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LSK NRDO는 동국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DGG-200338의 특허를 양도 받아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및 비임상을 진행 후 고형암을 대상으로 오는 2021년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는 개방형 혁신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오랜 기간 다양한 전문성의 요구되는 신약개발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NRDO는 단계별로 다양하고도 고도화된 전문성이 요구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효율적인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모델이고, 초기 발굴에서 상업화에 이르는 신약개발 과정이 분업화되면서 자연스레 'NRDO' 사업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 브릿지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도 등장... 업계, 우려섞인 시선 보내

또한 NRDO를 표방하는 바이오벤처도 등장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2015년 설립된 국내 NRDO 바이오벤처로, 한국화학연구원 등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자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 플랫폼을 추가 마련했다.

다만, 이들의 개발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는 업계의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바이오벤처는 자금 조달을 위해 기술과 개발 능력을 입증하고 평가받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NRDO 사업은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상장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바이오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 탈락한 이력이 있다.

이에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왔지만 아직 신용평가체계는 기존 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NRDO 사업 자체는 업계 내에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의 효율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모델로 인식되고 있어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임세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