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전망
코스트코를 현대카드에 뺏긴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고비를 맞고 있다. 코스트코의 독점 카드사가 지난달 24일 기존 삼성카드에서 현대카드로 바뀌면서 수익감소뿐만 아니라 고객 유출 우려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도 기존 코스트코 고객을 지키기 위해 전례 없는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코스트코 없는 삼성카드 마케팅 총력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에서 삼성카드로 결제하는 고객 전체에 조건 없이 실시했던 12개월 무이자행사를 중단하도록 창구지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행사는 통상적인 마케팅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창구지도가 불가피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이 4조원에 달하는 코스트코를 뺏기게 되자 삼성카드가 전례 없는 마케팅 경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 수가 191만명이고,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2017년 9월 1일∼2018년 8월 31일) 3조9227억원에 달한다. 대형마트 카드결제 비중(한국은행 발표 기준)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코스트코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약 2조7459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카드업계 3위인 KB국민카드의 카드 취급액(일시불+할부) 87조4104억원과 4위 현대카드 85조4146억원의 격차인 1조9959억원보다 크다. 즉 현대카드는 기존 코스트코 회원을 무리 없이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면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서지만 그만큼 삼성카드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코스트코는 지난 1999년 12월 말부터 삼성카드와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 삼성카드는 네 차례 계약 갱신을 통해 20여년 간 코스트코의 선택을 받았지만, 지난해 8월 현대카드에 단독 제휴권을 빼앗겼다.

이에 삼성카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의 단독 제휴를 맺는 등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스트코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해마다 20%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코스트코 매출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9100억원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 시중 카드로 모두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을 온전히 흡수할 수도 없다.

◆ 실적악화와 매각설까지 대두

삼성카드는 지난해 실적마저 악화된 데다 올해 실적과 시장점유율 하락도 예견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7% 감소한 34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카드로서는 악재의 연속이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 점유율(16.6%)은 이미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KB국민카드는 자산 규모 20조5074억원(작년 말 기준)으로 업계 3위,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 점유율은 18.6%로 업계 2위까지 올라서며 이미 상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2분기부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전 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카드도 하반기 경영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카드의 1분기 카드사업 취급고는 29조5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일시불과 할부를 합한 신용판매가 25조1591억원, 장단기 카드대출이 4조469억원, 선불·체크카드가 3015억원이었다.

또한 1분기 실적에서 비용을 줄여 손익을 개선한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 축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진도 장기적인 불안 요소다. 르노삼성차 지분 19.90%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는 2017년까지 르노삼성차 배당으로 1843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르노삼성차의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삼성카드의 실적상승에 도움을 줬던 배당금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르노삼성차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가 줄었고, 영업이익도 3541억원으로 11.8% 감소했다. 매출액도 5조5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했다. 이에 작년 배당금도 전년 동기(426억원) 보다 117억원 줄어들었다.

르노와 삼성 측이 체결한 상표 사용 계약이 내년 8월 4일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차의 부진이 계속되자 계약 연장 여부도 불투명해졌고, 삼성이 계속 지분을 유지할지 미지수다.

삼성카드의 매각설도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 인수합병(M&A) 덕분에 삼성카드 매각에도 관심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카드는 과거 에버랜드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잃은 이후 그룹 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속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수익성 악화, 코스트코 계약 해지 등으로 교체설이 나왔음에도 연임에 성공한 원기찬 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라며 “삼성카드가 연일 악재가 겹치면서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코스트코 제휴가 현대카드로 넘어갔지만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2분기부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전 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등 업계 전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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