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학계·공공기관 등 89개 단체 모여 공대위 출범
공대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시 법적대응”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안(ICD)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정식 출범했다. 학계와 공공기관 등 89개 단체가 참여한 공대위는 게임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할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ICD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WHO 회원국 194개국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다만 국내 도입 여부는 2022년 이후인 2025년 진행되는 KCD 개정 과정에서 결정된다.

국내 게임업계와 학계, 기관 등은 WHO 결정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게임' 근조 현수막 내건 공대위..."게임은 현대판 마녀사냥 피해자"

공대위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대위는 한국게임학회를 중심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영화학회,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89개 단체가 참여했다. 위원장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가 맡았다. 

공대위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국내 게임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게임 문화 게임 산업’의 근조 현수막을 걸고 ‘게임’의 영정사진을 중앙에 뒀다. 위 위원장과 정석희 게임개발자협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등 5명은 기자회견에 앞서 ‘애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위정현 공대위원장은 "게임(산업)에 몸 담은 분들이 (WHO 발표 이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게임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회한과 자괴감이 든다. 이번 공대위 발족을 계기로 게임산업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대 재학생 김주명씨가 '게임 자유 선언'을 낭독했다. 김 씨는 “게임은 젊은이들의 살아있는 문화이자 소통의 창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은 게임과 소통해왔다”며 “게임은 현대판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19세기 소설이, 20세기 TV가 그 대상이었다면 21세기엔 게임에 낙인 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 공대위 10대 계획 공개..."법적 대응도 불사"

공대위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10가지 계획을 공개했다. 공대위는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ICD 개정안을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도입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을 항의 방문하고 향후 보건복지위원장, 국회의장과의 면담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질병코드에 맞서는 오프라인 조직 구성과 청와대 국민청원, 촛불운동 등도 예고됐다. 공대위는 “게임 질병코드에 맞설 파워블로거 300인을 조직하고 온오프라인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게임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여는 창이자 5000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호소하고자 한다"며 "게임은 인공지능을 낳은 토대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줬던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 정부 움직임은...문체부vs복지부 이견 드러나

학계와 업계가 대응에 나서는 동안 정부는 관할 부처에 따라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WHO 결정을 수용해 국내 도입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나 게임산업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도입을 전면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와 게임업계, 보건의료전문그룹, 법조계가 참여하는 민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도입 반대에 나서면서 협의체 구성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ICD 개정안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검증 없이 내려진 결정이어서 WHO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며 "과학적 근거없이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게 문체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