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생충' 리뷰..계급사회의 적나라한 현실
가난한 자와 부자가 만났을 때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충돌
왜 우리는 '상생'을 하지 못하는가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은 ‘설국열차’(2013) ‘옥자’(2017)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맹렬히 비판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다. 자본주의 3부작인 이번 영화에서는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이 삶을 통찰하며 냉혹한 사회 현실을 조명한다. 블랙코미디 장르를 접목시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기생충’은 지하 단칸방에서 피자박스를 접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기택(송강호)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무료 와이파이는 끊기고 끼니를 때우는 것도 쉽지 않은 기택, 충숙(장혜진),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은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기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친구로부터 고액 과외 면접을 제안 받게 된다. 친구의 추천으로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들어선 기우는 단순한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의 눈에 들어 과외 선생이 된다.

으리으리한 집에 들어선 기우는 처음 접한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오롯이 가족들과 함께 부유한 삶을 누리고픈 기우는 가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영화 '기생충' 리뷰.

‘기생충’은 가난한 자들과 부유한 자들, 양극화된 가족들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성실하고 나름대로 능력 있는 기택의 가족들이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며 양심마저 잊게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고 코믹하게 보여준다. 학벌을 속이고 고액과외 면접을 가는 기우는 “내년에 이 대학 갈 거거든요”라고 말하고, 아버지 기택은 그런 기우에게 “아들아, 넌 계획이 있구나!”라고 한다. 아들의 불법적인 행동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추켜세운다.

‘기생충’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짓지 않는다. 가난한 기택의 가족을 무조건 착하게만 그리지 않고, 박 사장 가족 역시 탐욕스럽게만 표현하지 않는다. 결국 이 사회의 절대 악은 사람이 아닌 잘못된 제도임을 꼬집는다. 상생과 공생이 없는 사회에 남는 건 결국 파멸뿐임을 암시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기본적인 예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냄새로 사람의 잣대를 평가하는 오만한 행동이 낳는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전개로 그려낸다.

‘기생충’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부자는 넘볼 수 없는 고지대에 살지만 가난한 자는 끝도 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기택의 가족이 허둥지둥 박 사장의 집을 나와 비를 맞으며 자신의 집으로 끝도 없이 내려가는 장면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비에 젖지 않는 장난감 텐트와 비만 오면 잠기는 지하 단칸방의 모습이 사회를 비춘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기존의 작품보다 한층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너무 슬프지만 마냥 무겁지 않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부담을 덜어낸다. ‘가족희비극’이라는 수식어가 제법 잘 어울린다.

봉 감독과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독특하면서도 기이한 연기로 가장 기택을 온연히 표현해낸다. 송강호만의 설득력 있는 연기는 때로는 가엾고, 때로는 섬뜩하다.

‘거인’을 통해 청춘의 아픔을 그려낸 최우식 역시 모든 걸 잘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기우를 페이소스 가득한 연기로 표현한다. 가족 중 가장 냉정하고 날카로운 기정을 연기한 박소담의 연기 역시 눈에 띈다. 무엇보다 박 사장의 가정부로 일한 이정은의 연기가 소름을 자아낸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연교로 분한 조여정은 긴장감을 자아내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러닝타임 131분. 5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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