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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역시 '명불허전'이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 역으로 활약한 배우 남궁민(41)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 하나로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나이제는 대형병원 외과 의사였다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는, 정의 구현을 위해 선 대신 악을 택하는 인물. 이에 역할을 맡은 남궁민은 악법을 이용해 악인을 농락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방송 내내 시청률 두 자릿수를 이끌더니 마지막회에선 최고 15.8%까지 끌어올렸다. 드라마를 신드롬적 인기를 얻게 한 장본인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2001)로 데뷔해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된 남궁민.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가 고프다고 말한다. 남궁민은 최근 진행된 '닥터 프리즈너' 종영 라운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운 점을 털어놓으면서도 "10년이 지나서도 부족한 점을 연구하고 고쳐나가면서 연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닥터 프리즈너'가 첫방부터 막방까지 시청률 두 자릿수를 이어오면서 '부진했던 지상파 드라마를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상파를 살렸다는 평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드라마가 사랑받은 요인은 소재 자체가 독특해서가 아닌가 싶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애착이 갔다. 1~4부까지 나온 대본을 보는데, 쉼 없이 읽히더라. '나이제라는 사람이 교도소 안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고 주사기를 들었는데, 사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가짜 병을 만든다'라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연기자이지만 돈을 받고 일하지 않나. 상업적인 시청률을 의식 안 할 수가 없었다. 2회 방송이 나가고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됐다."
 
-의학 용어도 있고, 대사량이 많아 연기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을 것 같다.
"극 초반 나이제 위주로 극이 전개되다 보니 대사가 정말 많았다. 나이제의 첫 번째 등장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정희(김정난) 앞에 앉아 가짜 병을 만들어 감옥에서 빼내주겠다고 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에서 나이제의 숨결이나 드라마의 톤이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정말 수천 번 이상 연습했다. 지금도 첫 대사를 시키면 훅 나올 정도다. 기억에서 안 지워질 정도로 연습했고, 그래서인지 그 장면은 만족할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말 힘들었던 신이다."
 
-벌써부터 '닥터 프리즈너' 시즌 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시즌제로 이어지기 좋은 소재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긍정적인 마음이지만,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상업적인, 금전적인 문제들이 얽혀있기 일 아닌가. 제작사와 방송국의 입장 등 복잡한 부분이 많다.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입장이라 잘 모르겠다. 만약 시즌 2가 기획된다면 '대본의 스토리 구성이 16부작을 채우기 충분한가', '1편보다 완성도가 높은가'를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본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면 어떤 캐릭터라도 맡아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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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제 캐릭터도 그렇고 요새 다크 히어로가 대세다. 왜일까.
"해외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다 보니, 그동안 남자주인공은 착하고 여자주인공은 예쁘고 캔디형인 설정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예전엔 매체가 공중파 3사밖에 없지 않았나. 이제는 우리 시청자들도 '다크 히어로' 캐릭터에 대해 '아무리 주인공이지만, 나 같아도 저렇게 했을거다'라는 동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복수 같은 것들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에도 결국엔 용서가 있어야 그 복수에 의미가 남는 것 같다."
 
-김병철 배우 그리고 최원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제 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있었다.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없고, 호흡을 누르면서 대사를 해야 했기에 힘든 점이 있었다. 저의 그 부족했던 부분을 (최)원영이 형이 잘 메꿔주셨다. (김)병철 형님은 '닥터 프리즈너'가 어떤 드라마인지 색을 결정해준 것 같다. 처음에 선민식 과장(김병철)과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형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긴장감을 어떤 식으로 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김병철'이란 배우는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같이 연기를 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 연기적인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현장에서 의사소통을 잘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전엔 배우들과 연기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SBS '조작'(2017) 촬영을 할 때도 (유)준상 형에게 많이 물어봤다. 형이 뮤지컬을 하고 계시니까 발성이나 소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질문했다. 또 이제는 매체도 많아졌고, 데뷔 때부터 연기를 잘 하는 신인 친구들이 많아 그런 감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2001)로 데뷔해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단 연기하는 걸 너무 사랑한다. 사실 연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1년에 적어도 작품 1편에서 1.5편은 하려고 한다. 스스로 기름칠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발전이 되겠나. 일할 때 가장 스트레스받는 건, 만약 무언가 풀리지 않았을 때 내가 그것에 대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에 대한 실망이고 스트레스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이번 '닥터 프리즈너'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잘 끝낸 것 같다. 그래서 저 스스로한테 칭찬을 많이 했다.(웃음)"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
"10년이 지나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계속 애인처럼 느끼면서 활동하고 싶다. 꼴도 보기 싫다가도 보고 싶은 그런 사이랄까. 부족한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공부하며 연기하고 싶다. 내 자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까 연구하면서 이 일을 이어나가고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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