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일까지 개최되는 IATA에서 의장식 수행
고 조양호 회장 이어 집행위원회 위원 선임
화려한 데뷔전 속 KCGI 압박 지속돼 관심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글로벌 무대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총회(1~3일)에서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을 대신해 의장직을 수행, 호평을 받았다.

업계는 이번 행사가 ‘조원태 체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라고 평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칼의 2대 주주 KCGI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조원태의 안정적 ‘이륙’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총회 의장을 맡게 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왼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항공

◆고 조양호 회장 공백 메울까...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임"

‘항공업계 UN회의’로 불리는 제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서울 연차총회가 지난 1일 막이 올랐다.

IATA는 1945년 전 세계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협력기구로 현재 120개국 290개 회원 항공사들이 소속돼 있으며 대한항공은 이번 IATA 연차총회를 주관한다. 의장직은 주관 항공사의 CEO가 수행하는 것이 관례로 2일 오전에 열린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조원태 회장은 IATA 서울 연차총회 의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총회가 항공업계의 기회라는 선물이 어디 있는지, 그것을 둘러싼 위기라는 포장을 어떻게 하면 잘 뜯어내고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항공업계가 발견한 기회와 가능성들이 고객들은 물론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IATA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다. 1989년 1월 국적사 최초로 IATA에 가입한 이후 조양호 회장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을 역임했다. 더불어 조 전 회장은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을 맡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정책을 이끌며 ‘항공업계 리더’의 자리를 지켰다. 연차총회 개막식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을 기리기 위해 추모 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고인을 기억하며 묵념하는 시간도 가졌다.

선친의 뒤를 이어 조원태 회장 역시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에 선임됐다. 대한항공은 2일 오전 연차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IATA 연차총회 개최로 대한민국 서울은 ‘세계 항공산업의 수도’로 탈바꿈하게 됐다"며 "한 해를 관통하는 항공산업 전략을 수립하게 될 이번 연차총회를 토대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일 열린 IATA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지난 4월 별세한 故 조양호 회장을 기리기 위해 고인을 기억하며 묵념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 선친 바통 잇는 조원태, 칼 가는 KCGI

조원태 회장이 글로벌 항공업계를 무대로 눈도장을 찍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내부 상황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 펀드가 몸집을 늘리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지분을 직전 보고일인 4월 24일의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5월 28일 공시했다. 변동 사유는 단순 추가취득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3∼24일 총 20만2623주를 장내매수로 추가 취득하고, 특별관계자인 유한회사 베타홀딩스가 지난 24일 39만2333주를 새로 확보했다.

이로써 최대 주주인 조양호 회장(17.84%)의 뒤를 바짝 쫓게 된 것은 물론,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2.30%)과는 가뿐히 격차를 벌렸다.

이번 추가취득으로 KCGI는 한진칼 지분율 15%를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점점 몸집을 늘리는 KCGI를 두고 업계는 KCGI가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나 KCGI는 지난달 27일 신규사업부문으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을 신설해 한진그룹에 직접적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주주와 기업, 경영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간 공동의 문제해결에서 발생하는 투자기회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한진칼 경영권 방어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 질문을 받았으나 별도 대응은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측은 3일 조 회장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해 의견 피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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