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지나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손흥민은 2일 리버풀과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7)이 결국 '빅이어'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리버풀의 벽에 막히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보다 희망의 빛을 더 밝혔다. 모든 축구 선수들이 동경하는 '챔스 결승' 무대에서도 펄펄 날며 '월드클래스' 기량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2일(한국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펼쳐진 리버풀과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변함없이 선발로 출전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해리 케인에 밀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깨고 시작부터 토트넘 전방에 섰다. 루카스 모우라가 아약스와 준결승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했으나,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선택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24초 만에 무사 시소코의 핸드볼 파울에 의한 페널티킥을 내주고 실점하며 끌려갔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선제골이 의외의 상황으로 나왔다. 두 팀은 리드를 잡으면 날카로운 역습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를 두껍게 하면 역습 찬스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전반 2분 만에 터진 모하메드 살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토트넘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흥민은 빼어난 개인 능력으로 토트넘의 추격전을 이끌었다. 원톱 케인과 자리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리버풀의 골문을 두드렸다. 특히 후반전 막판 보여준 두 차례 슈팅 장면은 '월드 클래스'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후반 36분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아 골문으로부터 25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오른발 벼락 중거리포를 시도했고, 후반전 추가시간에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헛다리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작렬했다.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커의 선방에 막혀 골이 되지 않았으나 이날 토트넘의 공격 가운데 가장 시원한 장면들이었다.

발군의 스피드와 슈팅력으로 리버풀 골문을 위협한 손흥민은 유효슈팅 3개를 기록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유효슈팅을 마크했다. 비록 토트넘이 0-2로 지면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케인이 최전방에 서면서 공격 공간과 기회가 이전보다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했다. 후반전 추가시간 5분까지 투지 넘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주인공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울보'답게 눈물까지 보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개를 숙인 채 토트넘 선수단 가운데 가장 늦게 준우승 메달을 받았다. 토트넘 선수단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손흥민을 향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올 시즌 토트넘에서 가장 빛난 '월드클래스' 선수를 위한 팬들의 고마움 표시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처음부터 끝까지 '월드클래스' 손흥민은 환하게 빛났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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