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영화 기생충과 U-18 축구 대표팀 논란으로 본 '존중'의 가치
[기자의 눈] 영화 기생충과 U-18 축구 대표팀 논란으로 본 '존중'의 가치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6.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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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끝난 2019 판다컵 우승팀인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 대표팀의 박규현이 트로피에 발을 올린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9일 끝난 2019 판다컵 우승팀인 한국 18세 이하(U-18) 축구 대표팀의 박규현이 트로피에 발을 올린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첫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선 한동안 설전이 오갔다. 예술 영화 등을 블루레이로 제작하는 한 업체가 지난달 26일 문재인(66) 대통령의 축전 가운데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 받았다”는 구절을 문제 삼은 게 발단이었다. 이 업체는 “영화 예술의 상대성을 고려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라며 “국제 경쟁 영화제는 기록이나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체는 전후 맥락에서 황금종려상이 곧 세계 1등 작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의 작품성은 서열화할 수 없다는 내용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업체는 하루 뒤 사과문을 내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같은 달 29일 스포츠계에선 18세 이하(U-18)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중국 청두에서 열린 판다컵 우승을 거머쥔 뒤 한 세리머니가 논란이 됐다. 세리머니 과정에서 박규현(18ㆍ울산 현대고)은 우승컵에 발을 올려놓은 채 사진을 찍었고 일부 다른 선수들도 부적절한 제스처를 취하며 추태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을 줄 세우기로 서열화할 수 없는 등 다양성이 존중되는 예술과 달리 스포츠는 기록과 승부가 존재한다. 1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기에도 엄연히 규칙이 있다. ‘존중’은 예술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강조되는 덕목이다. 이른바 스포츠맨십이다.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기를 펼쳐 승부를 가리고 결과에 승복하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을 얘기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U-18 대표팀 선수들은 우승은 했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을 저버린 ‘반쪽 짜리 승자’였다.

울산 현대는 같은 달 31일 “이번 실수가 선수 본인과 우리 학생 선수들이 존중과 매너를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아이들에 대해 심리상담을 병행하면서 아이가 상심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도록 교육하고자 한다”고 사과문을 남겼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이달 중 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스포츠맨십과 존중 정신 함양을 위해 각종 사례와 동영상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승컵에 발을 올려놓는 포즈에는 상대를 존중하기보단 짓밟고 가야 한다는 의식이 내재돼 있을 수 있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며 국가대표로서도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예술계뿐 아니라 스포츠계도 ‘존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