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중국 상황 예의 주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국내 수출 가운데 반도체 분야의 하락 폭이 커지며 올 하반기에도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자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유진투자증권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반도체 수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월 대비 5월 수출이 감소한 경우는 단 3차례뿐이었고, 평균 감소폭도 1.7%에 불과했지만 올해 5월 결과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분기말인 3월 밀어내기 이후 4월에는 감소했다가, 5월에는 증가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에 3월 대비 4월 수출은 평균 4.2% 감소한 반면, 4월 대비 5월 수출은 평균 5.5%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2월을 저점으로 사이클 그래프가 점진적으로 개선 중인 상태에서 대만 IT 서플라이 체인들의 4월 실적도 순조롭게 올라오다가 5월 들어 두 자리 수 이상의 하락폭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월대비 10.6% 감소한 7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동월대비 증감율은 -30.5%에 달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반도체 업황은 다시 시계제로에 진입했다”면서 “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화웨이 대한 초강력 제제, 5월 한국 반도체 수출 급감이라는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한 이상 기존의 반도체 회복 시나리오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이런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도 “일반적으로 하반기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현재로써는 알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 주의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제품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 거래(DDR4 8기가비트 기준) 가격은 3.75달러로 전월보다 6.25% 하락했다. 가격이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 8.19달러와 비교하면 54.2%나 하락해 8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도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하락세다.

삼성전자의 주요 수익원인 반도체의 가격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시장 위축 등으로 외부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성장세가 자칫 꺾일 수도 있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1분기 실적 둔화 원인이었던 DS(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사장단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는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날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장기적·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작년에 발표한 투자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이를 위한 투자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며 위기경영 상황을 돌파하자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오너 경영인이 직접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경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 결정이 중요한데, 오너가 직접 나선 만큼 대응책 마련에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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