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철 / 지담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최근 흥행 대열에 합류한 배우가 있다. 바로 중년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김병철(45)이다. 지난 2003년 영화 '황산벌'로 스크린에 데뷔해 꽤 오랜 시간 무명의 길을 걸은 그는 최근 종영한 KBS 2TV '닥터 프리즈너' 선민식 역을 통해 처음 주연 자리에 올랐다. 주연뿐이랴. 그는 어느덧 시청률까지 몰고 다니는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그가 출연한 KBS 2TV '태양의 후예'(2016)는 최고 시청률 38.8%까지 찍었으며, tvN '도깨비'(2016)는 최고 20.5%, '미스터 션샤인'(2018)은 최고 18.1%, JTBC 'SKY 캐슬'(이하 '스카이캐슬', 2018)은 최고 23.8%를 기록했다. 최근 종영한 주연작 '닥터 프리즈너'는 최고 15.8%를 찍으면서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10년 이상의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 김병철. 그는 "잘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겨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더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은 어떤가.
"촬영을 4개월 정도 했다. 개인적으론 큰 탈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연기하는 분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잘 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안정적으로 작품을 끝마쳤으면 했다. 훌륭하진 않았을지라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JTBC '스카이캐슬'에 이어 KBS 2TV '닥터 프리즈너'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였다. 예상한 성과인가. 작품 고르는 기준도 궁금하다.
"인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대본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는 편이다.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흥미로운가. 또 역할이 나이게 얼마나 흥미롭게 다가오는가를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닥터 프리즈너' 선민식 같은 경우는, 선민의식이 강해 뻣뻣한 느낌의 인물일 줄 알았는데, 굽힐 땐 또 굽힐 줄 아는 유연한 인물이더라. 다른 면이 공존하고 있는 사람 같아서 흥미로웠다. 연기하면서도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김병철 / 지담 제공

-첫 주연이었지만, 모든 게 만족스럽진 않았을 것 같다.
"사실 나이제(남궁민), 선민식, 이재준(최원영), 이 세 명의 삼각구도가 끝까지 균형을 이룰 거라 생각했다. 삼각구도 중 어느 쪽으로 쏠릴지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긴장감을 유지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갈수록 선민식의 무게가 약해지고 양자 구도가 그려졌다. 그런 점이 약간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이재준 역할이 워낙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 잘 소화해서 크게 드러나진 않았던 것 같아 다행스럽다."

-남궁민, 최원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남궁민 씨와는 아주 좋았다. 경험이 많은 배우라는 게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게 보였다. 좋아하는 연기자,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고민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이미 생각해놓고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 '아 역시 경험자다' 싶었다. 최원영 씨랑은 '스카이캐슬'에선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잘 몰랐는데,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 느낀 게 다양한 표현을 하는 능력 있는 연기자구나 싶었다. 대본상으로 나오지 않은 것들을 연기할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2회에서 선민식이 '왜 센터장 자리 안주냐'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본인이 끼고 있던 흰 장갑을 제 주머니에 넣는다. 대본에 없는 행동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되나 싶었는데, 나중에 돌려주자 생각했다.(웃음) 그래서 16회에서 이재준이 쓰러졌을 때 제가 수술용 장갑을 벗어서 돌려줬다. 굳이 장갑을 낄 필요가 없는 장면이었는데, 만들어 넣었다. 여기에 황인혁 감독님이 2회에 있던 장면을 플래시백(flashback)으로 넣어줘 완벽한 장면이 됐다.(웃음)"
 
-주연 자리에 오르면서 달라진 게 있나.
"주연이 되면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 예전엔 스케줄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수동적으로 지시받는 걸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하지만 주연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많이 달라진 건 없다."
 

배우 김병철 / 지담 제공

-지금의 김병철을 있게 한 대표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대중이 저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아닐까 싶다. 그전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지만, 저를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은 '태양의 후예' 같다."
 
-'스카이캐슬' 당시 부부로 호흡했던 윤세아와의 열애설이 아직도 따라다닌다.
"그때 방송 편집이라는 게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웃음) 가능성이야 다 있는 거긴 하지만, 그런 관계였던 적이 없다. 매번 같은 이야기지만, 좋은 동료고 친구다. 연기 합이 굉장히 좋았고,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멜로로 만나든, 공포로 만나든 앞으로도 함께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
 
-연기한지 10년이 지나서야 빛을 받는 느낌이다. 무명시절이 길었음에도 계속해서 연기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다양한 표현에 대한 바람이 강한 것 같다. 저는 어떤 한 사람의 개성이 고정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언제나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적극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 '나'라고 하는 것에 갇히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고 나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달라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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