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웅제약·메디톡스, 2012년 균주 논란... 4년 후인 2016년부터 네 차례 민·형사 소송
메디톡스 “우리 제품 균주 훔쳤다” vs 대웅제약 “포자 감정 나오면 결백 입증”
메디톡스의 美 국제무역위원회 제소로 다시 대립 과열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가 지난 5월에 ‘주보(Jeuveau)’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공식 출시됐다.

나보타는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판매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 FDA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FDA는 나보타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해 판매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꽃길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를 넘어서야 담보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국내 보톡스 회사인 메디톡스와 미국의 엘러간이 지난 1월 대웅제약·에볼루스의 지적재산 침해 혐의에 대해 미국 ITC에 제소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미국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이노톡신 기술 수입사이며, 미국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판매사다.

메디톡스의 미국 ITC 제소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간 양사는 보톡스 균주 문제로 얽히고 설켜 그 마지막 다툼에 미국에서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사진=각사 홈페이지 

◆ 대웅제약·메디톡스의 대립은 어디서부터

양사 대립은 메디톡스가 지난 2012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자사의 회사의 균주를 훔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웅제약 등에 나보타 보툴리눔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메디톡스 퇴직자 2명과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수사를 의뢰했다. 2016년엔 대웅제약의 나보타의 미국 수출 임상 3상이 마무리 된 상태였다.

소송은 지난 2017년 5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이 났지만 메디톡스는 또 다른 자사 퇴직자 3명과 대웅제약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대웅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의 품목 허가를 신청할 때 쯤이다. 해당 고소 건은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는 모두 진행됐지만, 증거 확보가 어려워 2년 넘은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늘어지고 있다.

소송은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수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지난 2017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메디톡스의 소송 제기가 부적합하다고 판결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메디톡스는 같은 해 10월 국내에서 대웅제약에게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판매 허가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FDA에 시민청원을 통해 나보타 균주 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FD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2월 대웅제약에 승인을 내줬다. 이로써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각사 CI/사진=각사 홈페이지

◆ 메디톡스의 ITC 제소로 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대립

그러나 지난 1월 메디톡스가 미국 ITC에 대웅제약과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하면서 다시 양사의 대립은 다시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ITC는 메디톡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8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이 대웅제약의 나보타 전용 생산시설인 향남공장과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한 모든 서류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증거수집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미국 관세법 337항에 따른 것이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을 규정한다고 알려졌다.

ITC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갑자기 메디톡스에게 불똥이 튀었다. jTBC가 지난 5월 16일 메디톡스가 제품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생산 공정자료를 입수해 제조번호를 임의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보도한 것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제보에 따라 메디톡스 오창1공장에 대해 약사감시를 실시했다.

메디톡스가 jTBC 보도 후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사진=메디톡스 홈페이지

이에 메디톡스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과 관련해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음을 강조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또한 지난 2일 공정위는 메디톡스가 경쟁사 보톡스 제품을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에 대해 과징금 21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해당 광고는 약사법 위반으로 제재 받아 1억31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력이 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현재 ITC의 조사는 진행 중이며 통상 15~18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ITC의 조사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편,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나보타를 둘러싼 균주 공방전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나빠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jTBC의 보도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며 “결국 ITC의 결론이 두 회사의 대립을 끝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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