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 발행어음 자산 운용...중소·중견기업과 함께 성장
박정림 KB증권 각자 대표이사 사장이 ‘KB 에이블(able) 발행어음’을 하루만에 완판했다. (사진=KB증권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후발주자로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한 박정림 KB증권 각자 대표이사 사장의 승부수가 통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3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취득한 KB증권은 지난 3일 선보인 ‘KB 에이블(able) 발행어음’을 단 하루만에 완판시켰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후 처음 선보인 발행어음 상품이 하루 만에 목표금액인 5000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투자은행)가 회사 자체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이다. 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동일하게 가입 시점에서 이자가 확정되지만, 예금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음을 발행한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발행어음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조달한 자금을 다양한 투자처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달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거나 부동산 투자, 기업 지분 투자 등 다양한 IB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해선 금융위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3사만이 인가를 받은 상태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자격을 갖췄으나 아직 금융위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

◆ KB증권, 발행어음 사업 늦은만큼 '드라이브'

사실 KB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되자마자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KB증권의 사업 진출은 상당히 늦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NH투자증권은 2018년 5월 각각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반면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진출을 준비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5월 인가를 취득했다. KB증권은 앞서 합병한 현대증권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와 직원 횡령사건 등으로 인해 인가가 지연돼왔다.

그 사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9조원 가량의 발행어음 수신액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사업 진출이 늦은 만큼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KB증권은 이미 1년 넘게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준비팀을 운영해 왔다. 그간의 준비가 탄탄했던 만큼 지난 달 인가 취득과 동시에 어음 발행에 나섰다. 올해 발행 목표치는 2조원 규모다.

KB증권이 이달 3일 시장에 선보인 ‘KB able 발행어음’은 판매시작 하루만에 원화 목표치인 5000억원을 모두 채웠다. 제공금리는 1년 만기 약정식의 경우 연 2.3%,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식의 금리는 1.8%다. 외화 발행어음은 500억원 규모로 모집 중이다.

KB증권은 첫 발행어음 상품 출시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후발주자인만큼 고객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해택은 연 5.0%의 고금리다.

KB증권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처음 가입하는 신규 고객 중 선착순 5만명을 대상으로 연 5.0%의 특판 금리를 3개월간 100만원 한도로 제공키로 했다. 또한 개인고객 중 선착순 1만명에게는 연 5.0%의 특판 금리를 1년 약정 기간 동안 월 최대 50만원 한도로 제공한다. 법인 고객을 위한 해택도 준비했다. 신규 거래법인에겐 연 2.5%의 특판 금리를 1개월간 10억원 한도로 제공한다.

KB증권 김성현 대표(왼쪽에서 첫번째)와 박정림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KB 에이블 발행어음' 출시 기념 행사에서 한 개인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KB증권 제공)

박정림 대표는 "그동안 많은 준비를 충실히 해 온만큼 KB증권의 발행어음을 신규 수익원 및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고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표상품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발행어음 상품의 판매와 마케팅에 관한 업무는 박 대표의 관할인 자산관리(WM) 부문 내 상품기획부에서 맡고 있다. 박 대표가 발행어음 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이의 운용은 또 한명의 각자대표인 김성현 대표의 몫이다. 김 대표는 KB증권의 IB(투자은행)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발행어음은 초대형IB의 핵심사업으로 고객에게는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 기업들에는 상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IB부문이 발행어음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현해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B증권은 인가 취득 이후 첫 발행어음 상품을 성공적으로 완판시킨 만큼 후속 어음발행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발행어음에 대한 큰 호응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고객 수요가 높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2회차 발행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투자-NH투자-KB증권, 3파전 '본격화'

한편 KB증권의 시장 진출로 인해 발행어음 시장에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의 3파전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초로 시장에 진출했던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의 행보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이 첫 발행어음을 선보인 지난 3일 증권업계 최초로 적립식 외화 발행어음 상품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 출시한 ‘적립식 퍼스트 외화 발행어음’은 달러로 매달 적금처럼 적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연 3.5%의 이자를 제공한다. 같은 날 선보인 KB증권의 외화 발행어음 금리(3.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상품은 최소 100달러(약 12만원)에서 최대 1000달러(약 119만원)까지 정액적립식으로 납입할 수 있으며, 적립기간은 1년이다. 다만 중도 해지땐 연 1.75% 금리가 적용된다.

NH투자증권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보단 기존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발행어음 시장이 여전히 초기 단계로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각각 6조원, 4조원 규모로 발행어음 잔고를 확대할 전망이다. 여기에 KB증권이 2조원 가량 발행어음을 내놓으면 국내 시장 규모는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