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가요 소비자들이 달라졌다. 아무리 좋은 음악, 훌륭한 퍼포먼스를 구사한다고 해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소비하지 않는다. 최근 대표인 양현석을 비롯해 빅뱅 전 멤버 승리까지 성접대 의혹에 휩싸인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대학가의 보이콧과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에 휩싸인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반응이 이를 보여주는 예다.

■ 'YG NO!' 이어지는 보이콧

이번 해 상반기 가장 많은 논란에 휘말린 소속사를 뽑자면 단연 YG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 양현석 회장은 탈세, 성접대 등 의혹을 받았고 빅뱅의 전 멤버 승리는 성매매 알선,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입대도 미루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6월 현재 승리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니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사로서 아티스트를 바람직하게 관리하지 못 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못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지난 해 6월부터 꾸준히 군대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지난 3월에는 현역 부적합 심의까지 받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어 서울 용산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같은 그룹의 탑마저 특혜 의혹에 휩싸이며 빅뱅과 YG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는 땅으로 추락했다.

결국 음악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에게 등을 돌렸다. 엠넷 갤러리는 지난 달 공식 입장을 내고 "양현석 대표의 의혹(성접대 관련)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어 YG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음악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빅뱅, 위너, 블랙핑크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은 신곡을 냈다하면 음원차트 1위에 오를만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이런 움직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법하다.

YG엔터테인먼트 CI

이 같은 'YG 보이콧' 움직임은 오프라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축제철을 맞은 대학가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등록금이 YG엔터테인먼트로 흘러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이는 '보이콧'이 그저 실질적인 힘이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까지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는 걸 잘 보여줬다.

■ 실력만큼 중요한 인성

기왕 마실 커피라면 공정 무역을 통해 거래된 원두를 사용한 것을 고르고,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굿즈를 구입하고, 동물실험이나 여성혐오 등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배척하는 것은 최근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소비에 감정을 담는 이 같은 가치 소비는 가요계에도 그 영향을 주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보이콧 이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은 몇 차례나 있었다. 그룹 여자친구의 팬들은 소속사인 쏘스뮤직이 콘서트 굿즈로 내놓은 상품 가운데 일부가 여자친구 멤버들을 성상품화하는 것이라며 보이콧을 선언, 이 굿즈의 판매를 철회시키도록 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우익 논란'이 있는 일본의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와 협업을 발표하자 보이콧 의지를 보이며 강하게 압박, 결국 방탄소년단과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의 컬래버레이션을 막아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전에는 팬들의 불만이나 비판이 개개인의 목소리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SNS 등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쉽게 모일 수 있게 됐고, 이들이 내는 목소리도 상당히 조직적으로 변화했다"며 "팬들은 단순히 보이콧 선언을 하고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사무실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최근 사회의 흐름을 읽고 팬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회사 내부에서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 일었던 효린

이 같은 분위기를 확실하게 읽을 수 있는 건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논란에서다.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은 지난 달 한 누리꾼으로부터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지목을 받았다. 이후 유영현은 곧바로 팀에서 탈퇴하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냈다. 잔나비의 최정훈 역시 직접 이 일에 대해 사과하고 나섰다. 더 이상 논란이 일어도 적당히 무마하고 넘길 수 있는 세상이 아님을 인지한 것. 효린의 경우에도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이 인 뒤 "기억이 흐릿하다"고 입장을 냈다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 "더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데 동의하고 합의했다"는 내용까지 입장을 번복하면서 빈축을 샀다. 많은 누리꾼들은 "학교폭력은 두 사람이 합의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효린의 입장표명에 찝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효린은 가수로 활동을 재개하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불씨를 갖게 됐다.

엠넷 갤러리 측은 YG엔터테인먼트의 음악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연예 기획사에 대해 "사회적인 가치 실현과 도덕적인 청렴결백함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현재 소비자들이 가요계에 원하는 것은 단순히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가수가 아닌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아티스트다.

사진=엠넷 갤러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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