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너무 긴장됩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다려져요.”

영화 ‘기생충’(5월 30일 개봉)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강호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야자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한몫 했지만, 그보다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났다. 칸 영화제에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송강호는 수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남우주연상을 받기에 우리 영화는 너무 아깝다”며 “이건 내 진심이다. 황금야자상으로 큰 영광을 받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을 받았다.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칸 수상작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걱정도 될 텐데.

“전통적으로 예술적인 큰 상을 받으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어렵지 않다.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인데 그런 선입견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해외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우리 영화는 충분히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을 상영할 때 분위기가 어땠나.

“정말 좋았다. 칸 영화제에 몇 번 가봐서 분위기를 아는데 아무리 거장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영화가 좋지 않으면 야유도 많이 한다. 그게 경쟁부문의 풍경이다. ‘기생충’은 마치 VIP 시사회처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2300명의 관객이 동시다발적으로 즐거워했다. 이정은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모두 카타르시스를 느낀 듯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서로 친구 같다. 봉 감독은 늘 유머가 넘친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물론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 쉬운 상대는 아니다. 우리 영화를 통해 봉 감독과 처음 만난 후배들은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굉장히 집요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긴장이 가득 담긴 후배들을 보면서 웃기도 했다. 특히 조여정이 긴장을 많이 했다.”

-‘기생충’은 장르가 국한되지 않은 작품이다. 연기를 하며 어렵지 않았나.

“장르영화의 파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장르의 틀을 깨는 재미를 느꼈다. 물론 어렵기도 했다. ‘연체동물’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영화의 캐릭터들도 유연하게 적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기생충’ 속 기택을 어떻게 바라봤나.

“누구나 다 어려운 시절이 있다. 내가 연기한 기택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본다. 식구들에게 구박을 당하지만, 그 구박이 가장에 대한 혐오가 아니다. 애정 어린 구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기택도 사업에 실패한 뒤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살아갔던 사람이다. 단지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자녀로 분한 최우식(기우 역)과 박소담(기정 역)의 연기를 어떻게 봤나.

“박소담은 ‘사도’에 잠깐 나왔는데 그 때부터 눈 여겨 봤다. 매력적인 얼굴과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발성이 좋다. 대성할 재목이다. 최우식은 ‘거인’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는데 봉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이번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한 것 같다. 장혜진 역시 마찬가지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다. 이선균은 개인적으로 너무 친한 후배고, 아내 전혜진 역시 극단 후배다. 특히 이정은의 놀라운 연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같이 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연기야?’라고 감탄했다.”

영화 '기생충' 스틸./CJ엔터테인먼트 제공.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 박 사장(이선균)을 노려보는 장면에서는 기택의 분노가 느껴졌다. 짧은 순간 안에 어떤 것을 담아내려고 했나.

“그게 영화의 포인트다. 약 2초 안에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강렬함, 또는 메타포가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하면서 봉 감독의 눈치를 봤다. (웃음) 이 장면이 작년 여름에 찍은 신인데 굉장히 더운 날씨였다. 또 동선 상 오랫동안 찍을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빠른 시간 안에 강렬하고 적합한 표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기생충’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적인 긴장과 이완이 반복된다. 그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분들은 우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웃기도 한다. 한 영화를 보며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봉 감독은 칸 영화제 초청을 받았을 당시 ‘한국 정서가 강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봉 감독이 겸손의 엄살을 떤 것 같다. 사실 나는 누가 봐도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전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30년 동안 배우생활을 하면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나.

“나는 데뷔 초반에 연극을 하면서도 계획을 세우 적이 없다. 사실 이 직업 자체가 성공의 가치가 크지 않다. 만약에 성공을 좇았다면 금방 그만뒀을 것이다. 순수하게 작품과 연기를 좋아하는 태도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다. 계획이 없다 보니 과분한 사랑도 받으며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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