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亞 최초 200홈런...지독한 노력-꾸준함이 현재 추신수를 만들었다
전인미답 亞 최초 200홈런...지독한 노력-꾸준함이 현재 추신수를 만들었다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9.06.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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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트레인 추신수(오른쪽)는 지독한 노력과 꾸준함으로 아시아 최고 타자로 우뚝섰다. /AP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생활고 때문에 3일 동안 피자 한 판으로 버틴 적이 있었다.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37ㆍ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힘들었던 마이너리그 시절을 털어놨다. 부산고 시절 특급 유망주 투수로 평가 받았던 추신수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던 18살 청년은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텼다.

긴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며 2005년 마침내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시애틀에는 추신수의 자리가 없었다.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46ㆍ은퇴)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다음해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 됐다. 전화위복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클리브랜드에서 야구 인생이 꽃피기 시작했다. 2008년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 14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면서 주전급으로 받돋움 했고, 2009년에는 156경기에서 타율 0.300 20홈런 21도루 86타점으로 첫 20-20에 가입하며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2010년 타율 0.300 22홈런 22도루로 호타준족으로 활약한 추신수는 매 시즌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고, 2013년 신시내티로 둥지를 옮긴 뒤 타율 0.285 21홈런 20도루로 세 번째 20-20을 달성했다.

2013시즌이 끝난 뒤 7년 1억3000만 달러(한화 약 1213억3400만 원)의 초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이적 후 잔 부상에 시달리며 부침을 겪었다. 첫해인 2014년은 팔꿈치와 발목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2016년에도 48경기 출전에 그치며 고전했다. 몸값을 하지 못하는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다.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부상을 털어내고 149경기에 출전해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52경기 연속 출루로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고,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타이인 22개를 기록하며 베테랑의 위엄을 보여줬다.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역대급’ 페이스로 홈런을 쌓았고, 지난 5일 볼티모어전에서 시즌 11호 홈런이자 빅리그 통산 200홈런을 때렸다. 빅리그 데뷔 15년 만에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200홈런은 추신수가 달성하기 전까지 아시아 선수 중 아무도 밟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아시아 야구의 레전드인 마쓰이 히데키(45ㆍ은퇴)와 이치로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마쓰이는 175개로 아시아 타자 중 2위, 이치로는 117개의 홈런을 기록해 3위에 올라 있다. 모두 현역에서 은퇴해 당분간 추신수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홈런은 추신수의 지독한 노력과 꾸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추신수는 미국에 건너갔을 때부터 메이저리거로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했다. 팀 훈련은 오후에 시작되지만, 오전부터 야구장에 나와 홀로 훈련에 임했다. 그는 야구장에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였다. 빅리그 데뷔 15년 차, 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에는 오전 4시 30분에 경기장에 나선다. 구장 관리인이 아예 라커룸 열쇠를 맡겼을 정도다. 사령탑인 크리스 우드워드(43) 감독이 출근을 늦게 해 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을 정도다. 신인 시절부터 이어온 자신과 약속, 세밀한 습관을 지키고 있다

추신수는 신체조건이 뛰어난 타자도 아니고 전형적인 거포도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는 추신수보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힘을 가진 타자들이 넘친다. 하지만 그는 지독한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가 됐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았다. 

추신수는 200홈런을 달성한 뒤 “난 홈런 타자였던 적이 없다. 경기를 즐길 뿐이다. 한 시즌 30개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지만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그와 친해진 후 왜 그가 성공했는지 알게 됐다. 추신수는 내가 본 가장 준비되고 의지가 강한 선수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CBS 스포츠’도 “추신수는 통산 34.1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심각한 토론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라며 “물론 이는 멋진 경력일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야구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추신수는 올 시즌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종착지를 모르고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처럼 추추트레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