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혁기 기자]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추진한다. 일상 결제생활에서 동전의 사용을 줄이고 거스름 돈을 가상계좌나 선불카드, 카드 포인트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동전을 줄이는 과정은 '현금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금융거래의 투명성,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 지하경제 축소 등의 이유로 현금 사용을 제한해 현금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에서 '현금없는 매장'을 도입하면서 이에 부응하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에서는 카드 사용과 함께 스마트폰 등 인터넷 금융거래의 활성화도 동반된다. 이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은 중앙기관 없이 시스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검증, 보관함으로써 거래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분산장부 기술이다.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을 배제하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통화 외에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 거래 때마다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운용의 기반이 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거래 참여대상 누구나 열람 가능한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기술로 거래 때마다 내역을 대조해 데이터의 위조나 변조를 막아 금융권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사용자 인증, 스마트계약, 증권 발행 및 거래, 해외송금 및 자금이체, 무역금융, 부동산등기, 고가품의 정품 인증, 디지털 ID 관리, 전자투표, 개인건강기록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무한한 혁신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다수가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금융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 신한은행, 블록체인 기술 이용한 자격 검증시스템 도입
신한은행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대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을 도입해 대출 업무에 필요한 증명서류 검증 과정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에 필요한 일반 기업의 재직확인서 및 소득서류는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이 적용돼 은행에 제출 생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 협회나 단체, 조합(이하 소속 기관)에 소속된 자격 확인이나 기타 증명 서류가 필요한 대출의 경우에는 스크래핑 적용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고객은 소속 기관에서 증명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직접 제출하고 은행은 제출된 서류의 진위 여부를 수작업으로 검증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은행권의 비대면 상품 확대에 걸림돌이었다.
이번에 신한은행이 개발한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은 소속 기관과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일종의 암호화된 OTP 정보를 등록·조회함으로써, 고객이 소속 기관의 자격 인증과 기타 증명 사실을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개선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의 도입이 비대면 상품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한은행은 다양한 비대면 상품 출시로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접근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KB국민은행, 해커톤 대회 통해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 활용한 신규 금융서비스 모델 발굴
KB국민은행은 해커톤 대회를 통해 블록체인 관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규 금융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KB-KISA 핀테크 해커톤' 대회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주관한다. 오는 16일까지 접수를 받아 이달 28~30일까지 대회를 연다.
해당 대회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와 우수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졸업예정자 및 취업준비생 등 핀테크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대 5명까지 팀을 구성해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신규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주제로 국민은행의 API 및 ICT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대상팀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 수여되며 수상자 전원에게는 총 1700만원의 상금과 더불어 국민은행 ICT분야 공채 지원시 서류 및 필기전형 면제 혜택 및 KISA 핀테크 기술지원센터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해커톤 대회을 통해 오픈 API, AI,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규 금융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미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KEB하나은행, 고려대학교와 '블록체인기술 공동연구 협약' 체결
KEB하나은행은 고려대학교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 중이다.
지난 4월 19일 고려대학교와 '블록체인기술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하나은행은 MOU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공동 연구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및 콘텐츠 공유 ▲블록체인을 활용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블록체인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및 창업센터 운영 지원 등 긴밀한 공조로 산학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국내 은행 최초로 세계적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 및 기업 이더리움 연합(Ethernet Enterprise Alliance)에 가입하고 블록체인 관련 47개의 특허를 출원한 하나은행은 이번 업무협약의 첫 사업으로 '학생증카드 발급'에 블록체인기술을 도입해 기존 프로세스의 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학생증카드 발급 대상자의 학적 정보를 수기로 학교에 검증 받아 최종 확인 후 발급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으나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을 이용해 양 기관에 학생증카드 발급 대상자의 학적 정보가 공유되고 자동으로 상호 정보가 검증됨으로써 업무량 및 발급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이 기대된다.
◆ NH농협은행, 블록체인 기반 실적용 서비스 확대 및 전문가 양성 박차
NH농협은행은 지난 4일 '블록체인 전문인력 특별과정' 2기를 개설했다. 이번 교육 과정은 6월부터 7월까지 8주간 진행하며 범농협 직원 16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이론 뿐 아니라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업무 접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더불어 농협은행은 NH디지털R&D센터를 신설해 블록체인 연구 및 신규 사업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P2P업체가 발행하는 원리금 수취권의 조작과 변경을 막는 'P2P 금융증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의 실적용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입교식에 참석한 남영수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은 "블록체인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큰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화된 실무 인력 양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지주사 출범 후 디지털금융그룹장에게 그룹 내 인사권을 위임하는 등 디지털 역량 을 강화 중이다.
130명 이상이 근무 중인 디지털금융그룹은 올해 안에 가상화폐 '리플' 솔루션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급결제, 전자화폐, 인증 사업도 병행 추진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khk02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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