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민 '교통대란' 예고 수년째 민원
1차선 무용지물 되는데 '약식'신고
부산시-진구 "교통 소통 문제 없어"
15일 구청서 경사도로 문제 간담회

[한국스포츠경제 변진성 기자] 부산 부산진구가 도로 및 교통여건을 심의하지 않은 채 약식으로 도로변경 승인을 내준 것이 드러나 인근 주민들이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업 시행자가 지난 2017년 제출한 교통영향평가(변경심의)서는 교통 흐름이 저하되고 교통정체를 가중시킬 수 있는 내용임에도 이에 대한 검토나 심의, 주민설명회 없이 부산진구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승인했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 지자제 및 조합 등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구 전포2-1구역 재개발사업지는 2144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내년 10월 입주예정으로 공사 진행 중에 있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이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4년 교통영향평가 3차 변경심의를 거쳐 도로 승인을 받은 뒤 2017년 약식 변경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4차선(편도 2차선)으로 계획된 도로의 한 차선을 경사도로로 길게 늘어뜨려 3차선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변경심의' 없이 약식 처리됐다.

교통영향평가에 의한 최초 승인도로와 2017년 변경심의 없이 약식 신고로 바뀐 도로 모습. 경사도로가 길어짐에 따라 삼거리 1차로에서 직진과 좌회전을 동시에 받아야 돼 극심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시행령 제13조의 8(교통영향평가서의 변경심의)에 따르면 '토지의 이용을 변경하거나 건축물의 배치를 변경해 개선필요사항 등에 포함된 교통개선대책의 실효성이 현저하게 감소된 경우와 사업지구의 외부 교통개선대책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약식신고가 아닌 변경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근 마을 주민과 상의 없이 횡단보도(40m)와 버스정류장(50m)을 조합 측 아파트 입구 근처로 옮기는 계획도 확인됐다.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따르면 횡단보도는 20m 이하, 버스정류장은 30m 이하를 초과해 이동하면 변경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 또한 약식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주무관청인 부산진구는 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부산시에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하기 때문에 저희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서 처리한다"면서 "현재는 이 문제에 대해 조합과 주민들이 모여서 기존 도로대로 공사가 기술·법적으로 가능할 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상황에도 교통 소통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교통정책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경미한 사항은 약식으로 처리가 된다"며 "해당 위원 및 전문가의 확인을 받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지 옆에는 500세대의 부영아파트가 있고, 부산의 최대 중심지 서면으로 가는 길목으로 이어져 아파트가 완공될 경우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한 차선으로 동시 통행을 하는 삼거리에는 황령산공원과 인근 아파트주민 1,500여세대가 살고 있어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사도로 연장으로 인해 논란이 된 삼거리 모습. 스타렉스 차량이 진입하는 방향으로 경사도로가 생겨 사진과 같이 한 차선으로 직진과 좌회전을 함께 받게 된다. /사진=변진성 기자

조합 측 관계자는 "도로 신설 과정에서 일반도로와 경사도로 사이에 배수관거 문제로 부득이 하게 (경사도로가 길어진 지금의)설계로 연장하게 됐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은 "여태껏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주민 설명회 한 번 없었다. 간담회도 (조합에서)갈 때마다 말이 바뀐다. 법이 있으면 뭐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산동네 주민들이 사용해오던 도로 두곳을 조합에 마음대로 준 것도 모자라 이젠 엉터리 교통영향평가로 주민들의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까지 무단 변경한 것은 우리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배수관거가 있어도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조합에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이리저리 핑계를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인근 주민들과 부산진구, 조합은 오는 14일 부산진구청에서 만나 3차 간담회를 갖고, 향후 도로와 신호등 등 관련 문제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부산=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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