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강인, 세네갈전 1골 2도움 맹활약
위기 때 터진 이강인의 '황금 왼발'
이강인(오른쪽)이 9일 2019 U20월드컵 세네갈과 8강전에서 후반 16분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이강인은 1골 2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스포츠에서 '천재'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2%는 '심장'이라고 평가한다. 피땀 흘려 갈고 닦은 실력에 흔들리지 않는 ‘심장’이 더해져야 진정한 천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선수들은 '새가슴'이라는 혹평과 함께 자신이 가진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에 시달린다. 반대로 진짜 실력을 꼭 보여줘야 할 때 제대로 한방을 터뜨리는 선수는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특히 팀 스포츠에서는 '해결사'라는 찬사를 얻게 된다. 정정용호의 '막내형' 이강인(18)이 위기에서 더 강한 '심장'으로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9일(한국 시각)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U20월드컵) 8강전. 한국은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 맞섰다. 예상대로 세네갈은 강했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스피드와 기술도 갖춰 위력적이었다. 한국은 세밀한 패스로 경기를 풀려고 했으나 힘과 속도를 앞세워 공세를 펴는 세네갈의 기세에 눌렸다. 결국 전반 36분 칼뱅 디아네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고,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 맞섰다.
 
리드를 빼앗긴 한국은 후반전 들어 전반전보다 공격에 더 힘을 줬다. 어찌 보면 모험수였다. 세네갈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했다. 수비가 강하고 역습에 능해 한국이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되레 치명적인 한방을 더 얻어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경기 흐름상 동점골을 빨리 만들지 못하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 이강인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16분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끝에 얻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하며 포효했다.
 
부담스러운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활짝 웃은 이강인은 '극장골'을 배달하며 또다시 클래스를 뽐냈다. 추가시간이 흐르던 후반 52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더골을 도왔다. 1-2로 뒤지며 패배를 눈앞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강인의 왼발이 정정용호를 다시 한번 구했다. 이강인이 니어포스트로 강하게 감아 올린 공은 빠르게 쇄도한 이지솔의 헤더를 거쳐 세네갈 크로스바 아래를 맞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18살 '막내형' 이강인은 연장 전반 5분 또 한번 천재성을 뽐냈다. 이번에는 상대 수비수진을 송곳같이 파고드는 '킬러 패스'로 조영욱의 골을 도왔다. 역습 기회에서 오세훈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스루패스로 상대 수비수 3명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중원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잡아놓은 후 세네갈 수비 뒤 공간을 날카롭게 찌르는 패스로 조영욱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다. 조영욱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으며 이강인은 이날 경기 3번째 공격포인트(1골 2도움)를 올렸다. 볼 터치, 시야, 패스 정확도, 타이밍 포착, 동료와 상대 수비의 속도를 완벽하게 계산하는 지능. 이 모든 것을 '슈퍼 패스' 한방으로 보여준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전 '우승'을 목표로 밝혔다. 이제 2경기를 더 이기면 우승 목표를 이루게 된다. /연합뉴스

공수에 걸쳐 엄청나게 뛰어 체력이 떨어진 이강인은 연장 전반 막판 김주성과 교체됐다. 한국이 기록한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승리 분위기를 만들고 형들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아쉽게도 한국이 연장전 종료 직전 '버저비터'를 허용하며 승부차기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까지 동료들을 독려하며 기적적인 승부차기 역전승(한국 3-2 세네갈) 에 힘을 보탰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해내며 3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의 주역이 됐다.
 
"우리도 U20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 목표를 크게 갖고 열심히 하겠다." 이번 대회 전 이강인이 내건 목표는 우승이다. 축구팬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패기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무리 이강인이라도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4강 고지를 점령하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실력과 심장을 동시에 갖춘 ‘막내형’ 이강인의 클래스가 2019 U20월드컵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도 환하게 빛나길 기대해 본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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