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를 넘어 오스카상 공략에 나선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기생충’이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10월 북미 개봉..‘오스카 시즌’ 조준

앞서 ‘기생충’은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92개국에 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개봉하며 현지 언론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프랑스의 영화, TV 등 영상 작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랑스 미디어 전문 포털사이트 알로시네 사이트에서 평점 5점 만점 중 4.8점을 얻었다.

이에 프랑스에서 호평 받은 ‘기생충’이 기세를 몰아 북미 지역에서도 바로 개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예상과 달리 북미 지역에서는 오는 10월 개봉한다.

인디와이어,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Neon(네온)이 현지 개봉 시기를 10월 11일로 확정했다며 ‘오스카 시즌’에 공개된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역시 ‘기생충’이 10월 개봉을 확정했다고 알렸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 시기에 대해 오스카 시즌을 정조준한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10월은 북미에서 오스카 시즌으로 불린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매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를 만한 영화를 이 시기에 개봉해 홍보한다”고 귀띔했다.

‘기생충’의 북미 개봉 시즌은 토론토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영화제, 뉴욕영화제와 겹치기도 한다. 실제로 ‘기생충’은 북미 영화제 출품을 계획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하고, 극장 개봉 후 평단과 관객의 긍정적 호평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인디와이어는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유력 후보라고 점쳤다. 이 매체들은 “아직까지 한국은 이 부문에 한 번도 선택 받지 못했다. 만약에 이번에 ‘기생충’이 후보에 오르면 또 하나의 역사적인 명예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또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각본상, 감독상도 노려볼 만하다며 ‘기생충’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했다.

■ 지극히 한국적인 ‘기생충’, 국내와 세계 사로잡은 이유

이처럼 ‘기생충’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칸에서 먼저 알아본 ‘기생충’은 국내에서도 개봉과 동시에 10일째 박스오피스 1위(9일 기준)를 지키며 흥행 중이다. 개봉 10일만에 누적 관객 수 7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뒀다.

보통 칸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받은 영화는 국내에서 흥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칸 영화제 수상작은 어렵다”는 관객들의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송강호 역시 ‘기생충’ 개봉 전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는 어려운 작품이 아닌데 해외에서 수상했다는 이유로 어렵게 생각하실까 봐 걱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기생충’은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흥행하고 있다.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계급사회를 잘 보여준다는 평이 이어진다. 지극히 한국적인 장치가 흥행에 한몫 했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반짝 인기몰이를 한 ‘대왕 카스테라’ 사태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에 한우를 넣는 의미, 침수된 반지하방과 물에 절대 잠기지 않는 텐트 등 사회를 보여주는 세밀한 설정이 영화의 흥미를 더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 영화가 세계 관객들을 관통한 이유는 전혀 다른 환경을 살아가는 두 가족의 이야기로 세상을 통찰했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소재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 영화의 특징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사랑 받는다는 것”이라며 “‘기생충’ 역시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이 잘 맞춰진 영화”라고 말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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