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김현철이 새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꾸준히 출연해 활동 공백기가 없어 보이지만 앨범을 내는 건 무려 13년 여 만이다. 하반기 정규 10집을 내는 김현철은 10집의 맛보기 차원에서 프리뷰 앨범을 냈다. 죠지, 화사, 휘인, 옥상달빛, 솔 등 여러 후배 가수들이 참여한 이번 앨범은 신선하면서도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김현철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김현철은 트렌드를 좇기 보단 자신이 하고자하는 음악색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아마 이런 고집이 30여 년이 된 그의 1집을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일테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그런데 왜 13년이나 걸렸을까.

-앨범을 내는 건 13년 여 만인데 어떤가.

"악기들도 바뀌고 녹음 방식도 바뀌고 분명 변한 게 있더라. 레트로라고 해서 옛날 악기들을 많이 쓰는 추세이기는 한데 그래도 요즘 녹음하는 방식이나 그런 걸 알아야지 앨범 작업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도 늘 환경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적응했다."

-10집을 내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음악이 재미없어지더라고. 그렇다고 다른 데서 재미를 느껴서 다른 데 정신팔려서 음악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냥 음악 자체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 10년 전쯤에 악기를 하나, 둘씩 후배들에게 주고 컴퓨터도 없앴다. 그렇게 거의 악기 없이 지냈다. 그러다 요즘 다시 음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있다. 옛날 스무 살 때 음악이 재미있을 떄 했던 그런 기분이 든다."

-왜 다시 음악이 재미있어졌을까.

"하고 싶지 않을 때, 싫어졌을 때 안 했기 때문 아닐까. 그 때 안 했으니까 요즘 재미있어진 것 같다. 그 때 만약에 꾸역꾸역 계속 했으면 지금도 꾸역꾸역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러면 뭐 회사는 다니고 싶어서 다니느냐' 할 것 같다. 기자도 '나는 뭐 기사 쓰고 싶어서 쓰나' 할 수 있겠지. (웃음) 그런데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작업이 안 될 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다. 그게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권리고 권한 아닐까."

-10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음악이 다시 재미있어지지 않으면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쭉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기자한테 전화가 왔다. 조동진 씨 돌아가시고 기념 콘서트를 하는 날이었다 그 날이. 그 기자가 '시티팝이 다시 유행을 하는데 시티팝의 대표 주자는 형 아니냐'고 하더라. '시티팝이 뭔데.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니까 '이런이런 음악을 시티팝이라고 한다'고 하더라. 그러고 나서 어느 날 일본에서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후배는 음악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 후배가 '여기 일본에 형 노래를 트는 DJ가 있다'고 하더라. 일본은 온천하러 몇 번 가 봤을 뿐 내가 거기서 앨범을 내고 활동한 적도 없는데 신기하더라. 그 DJ랑 영어, 일본어 섞어 가며 통화를 하는데, 그 사라 말이 일본에서 내 음악을 관심 있게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음악을 하던 시기의 음악들이다. 그 음반을 30년 후에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때 '요즘 음악을 안 따라가도 내 음악 그대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다시 악기를 사고 컴퓨터를 샀다. 그게 작년 6월쯤의 일이다."

-10집에 앞서 맛보기격인 프리뷰 앨범을 냈는데.

"사실 프리뷰 앨범을 만들려고 기획해서 낸 건 아니다. 본 앨범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일부분을 베어낸 거라 보면 되겠다. 여름에 좀 어울릴만한 곡들도 있고 해서 그런 곡들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여러 후배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마마무의 경우 제작자인 김도훈이 내 후배다. 어느 날 김도훈이 '우리는 발라드 곡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쓴 곡이 있는데 혹시 그럼 내 앨범에 들어갈 곡으로 작업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는 답을 해줬다. 그 때는 가사가 아직 안 나왔던 때라 가사를 그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휘인, 화사가 노래를 부를 거라는 얘기를 듣고 알아봤는데 그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고생도 같이 하고 서울도 같이 올라온 단짝이더라. 그래서 단짝이 한 남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가사 작업을 그렇게 하게 됐다."

-작업해 보니 어떻던가.

"물론 잘하더라. (웃음) 마마무에게 내가 맞춘 것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걸 떠나 정말 잘했다. 가이드를 줬는데 자기들이 파트까지 딱 나눠 왔더라. 휘인은 얌전한 카리스마가 있고 화사는 약간 자기주장이 강한 감정처리를 보여주더라. 그런 극명한 대비가 보여져서 흡족했다."

-다른 후배들하고도 작업을 같이 했는데.

죠지 같은 경우에는 그 친구가 내 노래를 리메이크 한 걸 보고 '언젠가 한 번 보면 좋겠다' 했는데 우연히 어떤 무대에서 보게 됐다. 대기실에 같이 있는데 느낌이 너무 좋더라. '나도 예전엔 저랬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약간 정신없어 보이는 그런 느낌? (웃음) 성격도 정말 좋은 친구다. 같이 작업한 '드라이브'라는 곡은 내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옥상달빛은 내가 멤버 윤주 결혼을 할 때 주례를 봐 줬다. 주례가 아니라 그 떄는 축시라고 했는데, 축시를 10분 하라고 하면 그게 주례 아닌가. (웃음) 그래서 축가 '웨딩왈츠'를 같이 작업하게 된 거다. 솔 같은 경우에는 그 친구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노래를 잘하는 친구다. 국내에서 손에 꼽힐만한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본 앨범은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까.

"LP로 내볼까 사실 생각을 하고 있다. LP 같은 경우에는 23분이 최적인데, 앞 뒤 46분으로 어떻게 정규앨범을 내나. 그래서 한 장 더 해서 92분짜리 더블 앨범으로 내는 걸 구상하고 있다. LP뿐만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로도 앨범을 낼 거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기념되는 순간을 언제 또 맞이하겠나. 캐비넷을 열면 열 장의 앨범이 딱 들어간다. 그래서 10집까지 LP로 내서 캐비넷 하나를 채우고 싶다. 카세트 테이프의 경우에는 듣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한 번 듣고 다시 듣고 싶으면 되감길를 해서 돌려야 되잖나. 그런 재미가 있다. 나는 옛날 게 꼭 불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불편한 시간에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설렘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 듣는 분들이 꽤 있더라."

-지난 30여 년을 돌이켜 보자면.

"지금 와서 생각하면 1집 나왔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그 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까. 1집 이후부터 앨범을 낼 때 작전이 들어가고, 생각이 들어가고, 노림수가 들어갔지. (웃음) 어쩌면 그런 것 때문에 13년을 쉬었을 수도 있겠다. 사실 음악이 세상에 나가서 많은 일을 핮지 않나. 예를 들어 존 레논의 음악이라 하면, 존 레논이 어디 가서 자기 노래를 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음악 자체만으로도 많은 일을 한다. 노림수 없이, 생각 없이 만들었지만, 그래도 내 음악들도 세상에 나가서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정규 10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음악이 많은 시대에는 누가 음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가만히 있어도 음악들이 막 나오지 않나. 그런 와중에 내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을 주고 이번에 나오는 기사나 이런 것들을 보고 '이 사람 또 음악 내네'라고 생각해 주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 절대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 않다. 나한테 남은 자산이 있다면 그 분들인 것 같다."

사진=Fe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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