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ITC 조사 결과가 ‘분기점’이 될 듯... 양측 다 유리하다는 입장
업계 “협상 가능성 낮아”... 메디톡스 정 대표 이슈 장외변수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긴 법정싸움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보없는 대치속에 긴 싸움의 끝이 보인다면 그 출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이다.  ITC는 지난달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 출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공하라고 명령한 상태이지만 업계에서는 앞뒤 사정을 따져볼때 메디톡스가 균주 관련 정보를 먼저 공개하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의 해당 균주 자체의 근본에 대해 양 사간 의혹의 눈초리를 가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사 CI/사진=각사 홈페이지

◆ 대웅제약 “양사, 둘다 균주 제출해야 한다” vs 메디톡스 “해당 조사에선 대웅제약 균주만 해당”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균주의 포자 형성 여부를 감정하고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등을 진행하기 위해 메디톡스에 메디톡신 균주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균주를 대웅제약에 제공하면 대웅제약은 해당 균주를 정밀 비교 분석한 결과를 ITC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자사의 메디톡신 균주는 제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결정문에 메디톡신 균주는 실험실 배양 균주라고 하니 유전자적으로 인위적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미국 법무부에 확인해 보니 메디톡스 측의 제출은 합의됐다”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ITC의 명령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와 자료에만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ITC의 조사는 진행 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는 약 두 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결과 발표까지 통상 15~18개월 정도가 걸린다.

더불어 미국에서의 소송과 별개로 국내 민사 소송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포자 감정이 예정돼 있다. 균주 포자 감정법은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균주인 타입 A홀 하이퍼 균주를 용인의 토양(마구간)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포자를 생성하지 않아 자연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포자는 미생물이 번식을 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가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과 같다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은 허위가 된다. 반대로 나보타 균주에서 포자 현상이 일어나면 대웅제약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사진=각사 제공

◆제약업계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는 게 양사 모두를 위한 것”

양쪽 관계자는 모두 ITC의 조사 결과에 따라 FDA 허가 뿐 아니라 한국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양사의 전쟁의 끝은 미국 ITC 조사 결과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의 주장대로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쳐간 것으로 판명나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임상 등 그동안 대웅제약이 들인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미국 FDA가 판매를 허가했다고는 하나 수입금지가 결정되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지적재산권을 인정과 동시에 벌금 또는 시판 후 나보타의 판매 금액에 대한 거대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메디톡스의 그동안 주장이 허위로 밝혀지면 대웅제약의 거센 법적 반격이 예상된다. 허위사실 유포, 영업방해에 의한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 고소 등 줄소송이 유력하다.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노골적으로 대웅제약을 비난하던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개인에 대해서도 소송할 여지도 크다. 이어 정 대표의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 중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최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뉴로녹스’(국내명 메디톡신)가 중국에서 불법 유통된다는 의혹도 나와 기업의 이미지 하락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일 메디톡스의 뉴로녹스가 중국 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부터 불법 유통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뉴로녹스의 유통기록과 추가 위법사실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에 관련 메디톡스 관계자는 “보톡스 인기가 날이 갈수록 늘면서 뉴로녹스가 불법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일 뿐 자사와는 관계없다”며 “허가심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도 양사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싸움인 만큼 원만한 해결을 보기엔 양사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원만한 협상이 가능할지는 아직은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상호 비방이 이어지는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소모적으로 대립하는 것보다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는 게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경쟁사의 소송전보다는 동일 시장을 놓고 비지니스적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모적이고 여타 후발 경쟁사의 추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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