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변화무쌍한 전술로 한국의 2019 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선수들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실력이 더 느는 것 같다."
 
정정용 감독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에콰도르와 준결승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어린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해 감춰졌던 실력을 발휘하는 데 대해 대견스럽다는 의견을 확실히 밝혔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큰 대회 경기를 치르면서 지도력이 좋아지고 있다. 위기를 계속 극복하며 찾은 여유 속에서 더욱 자신감 있게 승부수를 던지며 결승행 신화 창조에 성공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세네갈을 꺾고 준결승 고지에 올랐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세네갈과 승부차기 사투로 인해 체력 열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에콰도르는 8강전을 우리보다 3시간 일찍 시작했다. 미국과 맞서 정규시간에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세네갈과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정정용호 선수들이 훨씬 더 많이 뛰고 덜 쉬었다. 토너먼트 막바지까지 오는 긴 여정 속에서 체력은 경기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불리한 기본 상황에서 정정용 감독은 맞춤형 전술로 우려를 털어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들어 전반전에 수비를 두껍게 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서며 이른 시간부터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의 중심은 '좌향좌'였다. 왼쪽 공격을 계속 시도하면서 에콰도르 골문을 두드렸다. 공격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이 에콰도르 진영 오른쪽으로 많이 흐르게 했다. 에콰도르의 강점인 왼쪽 공격을 사전 차단하면서 편안하게 우리 공격을 펼쳤다.
 
결국 왼쪽에서 선제 결승골이 터졌다.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최준이 득점에 성공했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롱 킥에 대비해 에콰도르 수비진이 페널티박스 중앙을 강화하다 생긴 순간적인 틈을 잘 파고들었다. 줄기차게 시도한 왼쪽 공격에서 이강인의 센스와 최준의 결정력으로 천금 같은 골을 만들어냈다.

정정용 감독은 에콰도르와 준결승전에서 후반전 중반 이강인을 빼면서 결승전까지 대비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리드를 잡은 뒤에도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맞선 정정용 감독은 후반전 중반 '막내형' 이강인을 뺐다. 공격 프리롤을 맡아 종횡무진 활약한 이강인의 기동력이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흐름과 결과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이강인을 제외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팀 에너지를 보충해 수비를 더 두껍게 하면서 조영욱, 엄원상을 투입해 빠른 역습으로 맞불을 놓았다. 동시에 이강인의 체력을 비축하면서 결승전까지 바라봤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이강인을 빼고서도 승리를 확정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경기 후 정정용 감독은 여유롭게 인터뷰에 임했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 패배 후 잔뜩 긴장한 모습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에콰도르의 후반전 막판 맹추격전에 대해 "전혀 두렵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며 "남은 한 경기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우승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 축구 새 역사를 쓴 기쁨에 도취되지 않고 결승전 승리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치열한 승부를 계속 치르면서 시나브로 성장한 선수들의 중심에는 정정용 감독의 헌신과 발전이 밑바탕을 깔고 있음이 확실히 느껴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보다 결승전을 앞둔 지금 더 여유가 넘친다. 명승부를 거듭하며 어느새 ‘명장’이 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원 팀 코리아'가 결승전에서는 어떤 변화무쌍한 전술로 멋진 경기를 펼칠지 기대된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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