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한용덕 한화 감독의 ‘독한 야구’
위기를 기회로... 한용덕 한화 감독의 ‘독한 야구’
  •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이정인 기자
  • 승인 2019.06.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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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한화 감독.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힘든 상황이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수치상 불가능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저와 선수단이 할 일이다.”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사령탑이 던진 메시지는 묵직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한화는 5월 월간 성적 11승 16패로 전체 9위에 머무르면서 중하위권으로 처진 상태다. 부상병들이 돌아오는 6월에 대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주축 선수들이 또 잇따라 다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는 9일 오선진(30)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데 이어, 11일 송광민(36)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오선진은 검진결과 왼쪽 햄스트링 근육 미세손상 판정을 받아 2~3주의 치료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복귀까지는 한 달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송광민은 검진결과 오른쪽 어깨 담증세로 나타났다.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전망이다. 한화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주전 내야수 2명이 한꺼번에 이탈했다. 안 그래도 심각한 타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공격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11일 두산과 홈 경기를 앞두고 만난 한용덕(54)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해주겠죠"라고 애써 웃었지만, 표정에는 고민이 묻어났다. 그는 "여러 선수들이 아프면서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가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다. 주전 선수들이 나중에 복귀했을 때 '뎁스가 강해지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의 내야진은 베스트 라인업과 거리가 멀다. 하주석은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접었고,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정근우(37)는 2군에서 재활 중이다. 송광민과 오선진마저 이탈하면서 2년 차 신예 정은원(19)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져 있는 상황에서 김회성(34), 노시환(19), 최윤석(30), 강경학(27) 등 백업 멤버들이 기회를 받고 있다. 부상병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들이 주전을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거듭난다면 한 감독의 말처럼 팀 뎁스가 두꺼워진다. 한 감독은 ‘잇몸’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중심타자들의 부활도 절실하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는 제라드 호잉(30), 이성열(35)과 득점권에서 약한 김태균(37)이 중심을 잡아줘야 타선이 신바람을 낼 수 있다.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가능성을 봤다. 한화는 이날 백업 외야수 장진혁이 4회 2사 3루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 3루타를 때렸다. 베테랑 김태균은 2-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말 쐐기 투런포를 터트리며 팀 승리의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김태균은 지난 3월 2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이후 74일 만에 시즌 2호포를 가동했다. 이성열도 3타수 2안타(2루타 1개)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한 감독이 이날 경기에서 남긴 무언의 메시지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선발 김범수는 4회까지 두산 타선을 1점으로 봉쇄했다. 4회말 장진혁의 1타점 3루타가 터지며 2-1 리드를 잡아 5회만 버티면 승리요건을 챙길 수 있었다. 김범수는 5회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김재호는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이후 폭투를 범해 이어진 2사 2,3루 위기에서 신성현에게도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한 감독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둔 김범수를 과감하게 마운드에서 내렸다. 김범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안영명은 대타 박세혁을 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김범수는 이날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매 회 주자를 내보냈다. 1실점만 했으나, 볼넷을 5개나 내주는 등 내용이 좋지 못했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단행한 ‘독한 투수 교체’는 선발투수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한용덕 감독이 남긴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