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옹알스'를 연출한 차인표(왼쪽)와 전혜림 감독./리틀빅픽쳐스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차인표가 단편 ‘50’(2017)에 이어 두 번째 연출에 도전했다. 개그맨팀 옹알스의 이야기를 다룬 ‘옹알스’를 통해서다.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는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멤버들의 속 깊은 이야기와 함께 조수원의 암 투병 극복 과정이 담겨 있다. 차인표는 옹알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옹알스의 사정이 많이 안타까웠다”며 “옹알스를 지켜보는 관객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첫 장편영화 연출작인만큼 부담도 컸을 것 같다.

“내가 기획하고 시작을 하게 됐지만 공동연출을 한 전혜림 감독과 스태프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다른 의견들을 많이 수용하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든 영화다. 어떤 평가를 내리든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당초 계획과 달리 라스베가스 무대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해보니 현실이 좋지 않았다. 도전이 미뤄져서 화가 나기도 했다. 옹알스 멤버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서로 힘이 빠진 상태에서 촬영팀이 촬영을 해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쉬고 있는데 옹알스 멤버들끼리 어떻게 이야기를 잘 했는지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찍었더라. 그 이후부터는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가 됐다. 더 솔직한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다.”

-조수원의 암 투병 과정을 영화에 고스란히 녹였는데.

“조수원을 통해 아픈 분들, 아픈 분이 있는 가족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조수원이 큰 도전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는 게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조수원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 ‘이 분도 하고 있는데 내가 뭐 힘드냐’ 싶은 마음이었다.”

-옹알스는 대사 없이 마임과 저글링, 비트박스 등으로 개그를 구사한다.

“옹알스의 개그는 정말 탁월하다. 옹알스가 영국 공연 당시 치매노인 요양원에서 자원 봉사를 하며 찍은 사진이 있다. 영국 할머니들이 옹알스의 공연을 보고 있다. 만약에 말을 하는 코미디언이었으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옹알스가 가고 있는 길은 국제화가 될 수밖에 없는 길이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개그다.”

영화 '옹알스' 스틸./리틀빅픽쳐스 제공.

-감독으로서 ‘옹알스’를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든 것보다 나 자신 때문에 힘들었다. ‘이게 과연 될까’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 또 영화를 다 만들었을 때는 개봉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사실 상 큰 실패 없이 전성기를 누리며 살지 않았나. 옹알스를 ‘비주류’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비주류’인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공감했나.

“내가 그들의 삶에 공감을 했는지 못했는지는 영화로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옹알스 멤버들과 앞으로도 형, 동생으로 지내고 싶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영화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배우든 제작이든 스태프든 상관없다. 오래 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 것 같다. 행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실 남의 돈을 투자 받는다면 불안할 것 같다. 작은 영화여도 내가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 '옹알스'를 연출한 차인표(왼쪽)와 전혜림 감독./리틀빅픽쳐스 제공.

-아내 신애라와 자녀들이 응원을 많이 해 주나.

“이번 영화를 만들고 아내는 내게 ‘수고했다’고 했다. 그 말에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항상 든든한 존재다. ‘옹알스’의 첫 번째 버전을 노트북으로 살짝 보여준 적이 있는데 굉장히 걱정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영화가 개봉을 했다. 우리 가족과 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만든 영화를 온 가족이 손잡고 보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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