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이번 대회 7경기에 나서 2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골든볼을 수상했다. /우치(폴란드)=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승부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아쉬운 패배를 돌아볼 때 '만약'이라는 말을 찾기 마련이다. 만약 경기 초반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의한 페널티킥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79초 만에 얻어낸 페널티킥이 독이 됐다.

한국이 16일(이하 한국 시각)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우크라이나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U20월드컵) 결승전에서 1-3으로 패했다. 경기 시작 후 79초 만에 김세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파울을 유도했고, 이강인이 침착하게 성공하면서 리드를 잡았다. 최고의 분위기를 맞이했다.

월드컵 결승전 같은 큰 무대에서는 의외의 상황이 곧잘 벌어진다. 실수도 많이 나오고, 행운과 불운도 오고간다. 정정용호는 우승을 향한 마지막 승부에서 79초 만에 행운을 잡았다. 그러나 그 행운이 경기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선제골 이후 기본 전형이 다소 아래로 처지면서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시달렸고,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전반전 중반 세트 피스 상황에서 동점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정정용 감독은 전형에 큰 변화를 줬다. 상대가 전반전에 위력적인 측면 공격을 보였기 때문에 전형 자체를 바꿔 공격적으로 나섰다. 스리백으로 포백으로 전환했다. 측면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윙어 엄원상을 투입해 공격까지 강화하려했다. 연이은 사투로 인해 체력적으로 불리한 점을 고려해 평소보다 이르게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빠르게 꺼내든 승리를 위한 카드는 수비 불안을 초래하면서 역전으로 이어졌다. 공격적으로 나서다 역습 위기를 내줬고, 후반 7분 만에 다시 골문이 열렸다. 이후 추격전에서는 힘이 달렸다. 체력이 떨어져 슈팅 이전의 패스 정확도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후반전 추가시간에 중원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쐐기포를 맞고 무너졌다.

정정용호가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졌지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연합뉴스

경기 후 정정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선제골 이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선제골을 잡은 뒤에도 정상적으로 공격적으로 나갔어야 했다"며 "선수들이 지키려고 물러서면서 주도권을 내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자신이 지시한 전형과 전술 변화가 경기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선제골을 기록하고 앞섰으나 리드가 주는 여유가 팀 밸런스를 깨뜨렸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역전패했지만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힘을 합쳐 변화무쌍한 코칭 스태프의 전형과 전술을 잘 소화하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섰다. FIFA 주관 남자 세계대회에서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슛돌이' 이강인은 2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다. 코칭 스태프와 21명의 선수들이 만든 7편의 감동 드라마에 한국은 '축구 나라'로 다시 바뀌었다.

끝이 아니다. 20살 이하 한국 청년들은 다시 소속팀과 학교로 돌아가 공을 차게 된다. 1983년 4강 신화를 이뤄냈던 영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태극전사들은 다르다. 한국 축구의 저력과 세계적인 영향력이 3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자만하지 않고 지금의 투지를 계속 발휘해 노력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어린 태극전사들에게 2019년 초여름 꿈 같은 경험이 새로운 출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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