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보사 후폭풍, 증권사 자체 역량 강화로 돌파구 모색
'인보사' 사태 영향으로 바이오기업 IPO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증권사들이 자체 역량 강화로 기업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사진=SK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인보사' 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해 바이오기업들이 증시 상장에 고전하고 있다. 이에 이들의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지만 역량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 메드팩토 등 바이오기업이 한국거래소의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들이켰다. 이에 해당 업종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진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제약사, 연구소, 학계 등에서 초기 탐색 과정이 진행된 후보물질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로 두 곳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BBB 등급을 받았다.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메드팩토 역시 두 곳의 전문평기관으로부터 A와 BB 등급을 받았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기술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 최근 인보사 사태로 인해 평가 기준이 더 엄격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기업은 보통 기술성 평가만 거치는 상장특례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시도한다. 초기 몇 년 동안 적자를 내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성장성을 입증할만한 재무적 지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 속도가 더뎌졌고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품목 허가 취소를 받으면서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성 평가가 더 엄격해진 것 같다는 지적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침체된 증시 분위기와 함께 최근 바이오 신약 기술 논란 등으로 기술 성장 특례 기업의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장 절차 상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기술력 검증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상장예비심사 승인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증권사들은 업계의 우려와 달리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주관에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강화된 자체역량을 기반으로 암담한 시장 상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장될 경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주관하고 있다. 올해에만 5개 회사의 상장을 주관하며 총 4279억8000만원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유일한 코스피 신규 상장사 현대오토에버 등 굵직한 회사들의 상장을 주관하며 이 부문 업계 최강자로 올라섰다.

삼성증권도 미래에셋대우와 공동으로 상장주관을 맡은 항암 및 당뇨합병증 치료제 개발업체 압타바이오를 12일 상장시켰다. 앞서 지난 2월 말 세포 기반 면역치료 및 백신 업체 셀리드를 상장시켜 최종 공모가 3만3000원을 확정했다. 이는 최종 공모가 희망가 구간(2만5000원~3만1000원)을 웃도는 쾌거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상장시킨 바이오회사 압타바이오가 '인보사 사태'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면서 “기술성 평가기준과 상관없이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성공적 상장사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등이 바이오기업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업계의 우려와 달리 바이오업종에 대한 상장 요건 추가 완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달 ‘업종별 상장심사 차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공급 측면에서 주식시장의 매력은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이 얼마나 많이 상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상장심사의 업종별 차등화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문호를 대폭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가 실사감리 책임을 갖는 방식으로 상장 핵심 주체가 되게 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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