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들,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재산 관련 가정불화 예방
은행들이 재산분할로 발생하는 가정불화를 예방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1. 국적기 대한항공을 현재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고(故) 조양호 회장은 약 5200억원 규모의 주식과 퇴직금, 현금성 자산, 부동산을 남겨두고 별세했다. 그러나 별도의 유언을 남겨놓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서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아내와 자식 3명은 알아서 재산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 너무 많은 재산은 자식을 망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김씨는 자신의 재산을 두 아들에게 남기지 않고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성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는 아들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으로 내 몫을 챙겨야 할 상황이다.

재산상속을 놓고 가족 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분쟁 방지에 나서고 있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속 분쟁이라 할 수 있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10년 사이 약 4.6배 증가했다. 2008년 295건에서 지난해 1371건으로 증가해 매년 약 17%씩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분은 유언을 제한하는 제도로 유언자의 의사만으로는 남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에 상속인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돼 있는 몫을 뜻한다. 민법 1112조는 유류분 비율을 직계비속(자녀들)과 배우자가 법정상속분의 절반,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정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법 규정에 주목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신한 미래안심 유언대용신탁’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생전에 본인을 수익자로 재산을 신탁하고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수익자에게 신탁으로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상품이다. 계약 내용의 법률검토는 신한은행 준법지원부 법무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 신탁’을 지난달 2일 출시했다. 안전자산이라고 꼽히는 금 실물을 상속·증여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에서도 자녀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레터(Letter) 전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편지형식으로 제작해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종합법률자문 서비스’를 통해 후견·유언·신탁 관련 자문을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우리시니어플러스적금’ 상품을 통해 최장 5년까지 저축을 가능하게 했다. 금리는 1년 주기로 결정되며 우대금리를 포함해 현재 연 최고 2.25%가 적용된다. 증여 우대형의 경우 만기 자금을 자녀 또는 손자녀에게 자동이체 입금할 경우 우대금리 연 0.2%p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유언장을 대신하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사망 이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가족들이 부담 없이 장례, 세금, 채무상환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급형 상속 신탁상품인 ‘KEB하나 가족배려신탁'을 제공 중이다. 금융자산 처리를 위해서 상속인 전원의 협의와 방문이 필요했던 장례비, 세금, 채무 등의 급한 비용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했다. 뿐만 아니라 은행과 제휴된 상조 회사를 통해 장례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상조 서비스도 선택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는 “고령자가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 자금의 흐름을 정확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재산분할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불화를 ‘유언대용신탁’ 상품에 가입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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