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 탈락’ 한국 여자축구의 안타까운 현주소
‘월드컵 예선 탈락’ 한국 여자축구의 안타까운 현주소
  • 이상빈 기자
  • 승인 2019.06.1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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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A대표팀, 3전 전패로 월드컵 마감
맹목적인 비난 앞서 근본적인 원인 찾아 해결해야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빨간색)은 12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2015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6강행을 꿈꾸던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조별리그 3전 전패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마쳤다. 애초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됐다.

조 2위 또는 조 3위 와일드카드가 현실적인 토너먼트 진출 시나리오였다. 그 바람은 2연패가 확정된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무너졌다. 눈물을 머금고 프랑스를 떠나는 한국 여자 축구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해결에 대한 마땅한 방안이 없어 불안한 미래를 예고한다.

◆ 조별리그 3전 전패, 16강 좌절

한국은 18일(이하 한국 시각) 프랑스 랭스 스타드 오귀스트 들론에서 열린 노르웨이와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4분 카롤리네 한센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 실점한 데 이어 후반 5분 이사벨 헬로브센에게 또다시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모두 전반과 후반전 이른 시간에 실점했다. 초반 집중력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32분 이금민(25ㆍ경주한수원축구단)의 패스를 받은 여민지(26ㆍ수원도시공사)가 대표팀 대회 첫 번째 득점을 터뜨리며 추격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시간 지연 행위와 단단한 수비 벽에 가로막혀 끝내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3차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한국의 마지막 도전이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국 여자 축구 A대표팀은 8일 개최국 프랑스와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대한축구협회
한국 여자 축구 A대표팀은 8일 개최국 프랑스와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대한축구협회

조별리그 3전 3패, 1득점 8실점. 대표팀이 프랑스에서 거둔 성적이다.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신세계그룹으로부터 2024년까지 100억 원 지원을 약속 받았다. 이전까지 항공편으로 이코노미를 탔던 대표팀은 프랑스 대회부터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파격적인 지원에도 대표팀이 거둔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8일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 0-4 대패가 악몽의 시작이 됐다. A조 최약체로 꼽힌 나이지리아와 2차전(12일)에서도 0-2로 졌다. 이 경기를 끝으로 사실상 16강 진출이 물 건너갔다. 한국 여자 축구의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맹목적인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 선수 부족 문제부터 해결 필요

여자 축구 관계자는 이러한 비난 여론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화천KSPO를 이끄는 강재순(55) 감독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여자 축구가 1991년 FIFA 여자 월드컵이 시작한 이래로 28년 동안 세 번(2003, 2015, 2019) 본선에 진출했다. 엄청나게 빠른 거다”라며 “팀 수만 비교해도 가까운 일본이 우리와 100배 차이다. 외국은 클럽팀 선수가 많다. 남자 프로축구단 산하 여자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들과 본선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 봐도 ‘기적’이다. 그런 걸 보지 않고 팬들을 성적만 보니까 안타깝다”라고 털어놨다.

한국 여자 축구 A대표팀은 18일 노르웨이와 조별리그 3차전서 1-2로 패했다. 3전 전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축구협회
한국 여자 축구 A대표팀은 18일 노르웨이와 조별리그 3차전서 1-2로 패했다. 3전 전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축구협회

강 감독은 당장 여자 축구 인프라를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선수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다른 나라는 여자 축구 저변이 많이 발전해 있다. 우리나라 현실은 선수가 없다. 초등학교부터 선수가 없다 보니 올라오는 선수도 없다.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라며 “외국은 프로 산하에서 여자팀을 키우고 클럽도 많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팀이 있지만, 11명이 안 되는 학교도 많다. 여자 축구팀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추세”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실업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지는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소년에서 올라오는 선수가 부족하면 실업팀의 수준도, 경기력도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실업팀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없어진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감독은 “초등학교 팀도 많이 없어졌다. 선수단 규모가 17~20명은 돼야 하는데 11명이 안 돼 경기도 못 나가는 팀이 많다”며 “현재 대학 선수들이 올라오니 실업팀은 꾸려나갈 수 있겠지만, 그보다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가 없어 5년, 10년 뒤 실업팀에서 뛸 선수도 없어진다. 고등학교, 대학교 팀도 줄어든다. 당연히 실업팀도 없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성적에 기인해 인프라를 문제 삼기 앞서 국내 여자 축구 저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