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미래사 편백 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볕이 따가워진다. 시원한 숲 그늘 그리워질 때 참고한다. 한국관광공사가 깊숙해서 아늑하고 고요한 숲들을 6월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가서 짙은 나무 향기 맡으며 게으름 부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참 상쾌해진다. ‘힐링’이라는 것이 별거일까 싶다. 퍽퍽한 도시 일상 잊을 수 있고, 자연과 뒹굴 수 있고, 심신을 맑게 할 수 있다면 이게 힐링이다. 청량한 숲 그늘에서 마음 살피고 돌아오면, 일상은 전보다 훨씬 살 맛 난다.

■ 경남 통영 미래사 편백 숲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편백 숲은 고즈넉한 숲길 산책과 푸른 바다의 정취를 한 번에 취하는 일거양득 여행지다. 미래사 앞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한데다, 주차장 뒤편에 산책로가 이어져 찾기도 쉽다. 버스를 이용하면 미래사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미륵산길을 따라 40~50분 걸어야 한다.

미래사 편백 숲길은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은 것을 해방 뒤 사찰에서 매입해 산책로를 꾸몄다. 하늘 위로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로 오솔길을 내, 편히 오가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항균·살균 작용은 물론, 아토피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재 다리 건너 이어진 길모퉁이를 돌면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며 푸른 바다가 시야에 가득 담긴다.

○ 주변 볼거리

나폴리농원ㆍ동피랑 마을ㆍ강구안ㆍ통영해저터널ㆍ달아공원ㆍ전혁림미술관ㆍ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ㆍ청마문학관ㆍ통영수산과학관ㆍ남망산조각공원 등

▲ 양평 산음 치유의 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양평 산음 치유의 숲

산음 치유의 숲은 봉미산(856m) 남쪽 자락에 자리한 국립 산음자연휴양림 내에 있다.

산음 치유의 숲은 4~11월 예약제와 당일 비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제는 5인 이상 가족이나 단체가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 구성에 따라 해오름숲(2030 직장인), 차오름숲(중년 남성과 여성), 정다움숲(가족과 어르신), 나눔의숲(장애인, 청소년, 단체) 등 맞춤형 숲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당일 비예약제는 5인 이상이면 예약 없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매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숲 치유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 하늘 경보기, 숲 속 오감 체험, 음이온 소리 명상, 맨발 체험, 꽃 편지 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꽃 편지 쓰기를 제외한 숲 치유 프로그램은 무료다.

가장 먼저 치유의 숲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 데크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다. 차분히 시선을 던져두고, 여유롭게 호흡하며 걷는 길이다. 구상나무의 향기와 맛을 느끼며 숲 속 오감 체험을 하고,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잣나무를 구별하는 법도 배운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잎의 개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노래와 율동을 보여준다.

발목과 허리, 팔다리 두드리기, 열까지 세며 호흡하기 등 삼림욕 체조, 뱀과 새의 눈이 되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기,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에서 소원 빌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숲길 걸어보기 등 숲 치유 프로그램이 차례로 이어진다. 산음 치유의 숲에서는 매주 토요일, 엄마와 태아가 교감하는 숲 태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산음자연휴양림에서는 휴양림 내 1.5km 숲길을 따라 자연을 만나고, 자연 체험 놀이를 하는 숲 체험이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진행되고, 나무 목걸이 만들기와 꽃부채 만들기 같은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 주변 볼거리

양평군립미술관ㆍ민물고기생태학습관ㆍ두물머리ㆍ세미원ㆍ용문사ㆍ구둔역ㆍ양평레일바이크 등

▲ 진도 첨찰산.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진도 첨찰산 상록수림

진도에 운림산방이 있다. 조선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그림을 그리며 말년을 보낸 곳이다. 남종화는 천진하고 감흥을 존중하는 화풍을 특색으로 하는 분파로 산, 바위 등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부드러운 붓 터치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산방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이 진도의 명산 첨찰산이다. 소치의 그림 ‘운림각도’는 운림산방을 중심으로 첨찰산의 빼어난 산세를 묘사했다. 작은 연못과 배롱나무로 대표되는 산방은 참 예쁘다. 산방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첨찰산에 올라봐야 소치가 이 터에 자리 잡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산방도 내려다 보이고 수많은 섬을 품은 다도해의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등산객들은 첨찰산 등산 코스 중 쌍계사에서 출발해 진도아리랑비 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가장 많이 택한다. 오르는 길이 3km, 내려가는 길이 1.8km 길이다. 완주하는데 2~3시간 잡으면 된다. 정상 부근을 제외하면 빽빽한 상록수와 울창한 숲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 한낮에도 상쾌하다.

길은 계곡을 따라 간다. 쌍계사 쪽 계곡이 삼선암골, 진도아리랑비 쪽이 봉화골이다. 계곡 사이에 쌍계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이 넓게 펼쳐진다.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생달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는 마삭줄, 송악 같은 덩굴이 흔하고, 졸참나무와 자귀나무, 느릅나무, 소사나무 같은 활엽수까지 운치를 더한다.

○ 주변 볼거리

진도타워ㆍ세방낙조 전망대ㆍ신비의 바닷길ㆍ운림삼별초공원ㆍ소전미술관 등

▲ 평창 오대산 오대산장 가는 길에 만난 징검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평창 오대산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400여 년 전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기 위해 지나간 유서 깊은 길이다. 호젓한 숲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속세의 근심이 청정 계곡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월정사 입구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 10.7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 200m쯤 도로를 따르면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700m 이어진 길을 특별히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른다. 월정사는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지만, 한국전쟁 때 모조리 불타 오래된 건물이 없다. 다행히 적광전 앞에 팔각구층석탑이 남았다.

월정사가 끝나는 지점에 선재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재길은 오대산이 배출한 방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오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다. 선재는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호젓한 오솔길 옆으로 오대천 계곡이 재잘재잘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선재길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이 펼쳐진다. 설악산처럼 반질반질한 암반이 흐르는 물줄기와 어우러진다.

오대산장을 지나면 동피골 합류점과 만나고, 호젓한 계곡 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길 초입에 관대걸이가 있는데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고 계곡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목욕할 마침 근처에 있던 동자승이 등을 밀어 주어 피부병이 다 나았다고 전한다.

○ 주변 볼거리

백룡동굴ㆍ방아다리약수ㆍ대관령하늘목장ㆍ이효석 문학의 숲 등

▲ 영양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영양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

영양 일월산 자락에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국내 대표 청정 지역인 경북 청송에서 영양, 봉화, 강원 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의 일부다. 대티골 숲길은 7구간 치유의 길(8.3km)과 상당 부분 겹친다.

숲길 탐방로는 일월면 용화리 윗대티골에서 시작하는 옛국도길(3.5km), 칠밭목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칠밭길(0.9km), 옛마을길(0.8km), 댓골길(1.2km) 등 4코스로 구성된다. 전부 걸을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골라 걸어도 된다.

옛국도길에는 수탈과 훼손의 아픈 역사가 서렸다. 일제강점기 일월산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마을 주민을 강제 동원해서 닦았다.

일월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칠밭길에는 신갈나무, 생강나무, 상수리나무, 개옻나무가 즐비하고 각종 들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원시적이지만 생명력이 넘친다.

대티골은 28가구, 40여 명이 어울려 사는 생태 마을이다. 계곡물을 식수로 쓸 만큼 자연환경이 오염되지 않았고, 곰취와 두릅, 산마늘, 참나물, 취나물 등이 많이 난다. 예약하면 대티골 주민이 운영하는 황토구들방에서 하룻밤 묵고 각종 산나물로 차린 건강한 밥상도 맛볼 수 있다. 대티골 입구 용화2리 정류장에 있는 커다란 호랑이 조형물도 인상적이다. 해님과 달님 설화를 바탕으로 고장 난 농기구를 활용해 만든 정크아트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 주변 볼거리

일월산 자생화공원ㆍ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ㆍ오일도 생가 등

▲ 완주 공기마을 편백 숲.

■ 전북 완주 공기마을 편백 숲

공기마을은 완주군 남쪽 상관면 죽림리에 있다. 1976년 마을 주민이 편백 10만 그루를 심었는데, 40년이 지나니 아름다운 숲이 됐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소문이 났다.

숲의 출발점은 편백숲 관광안내센터와 편백숲 쉼터다. 보통 편백숲 오솔길에 올라 임도의 산책로 반환점까지 다녀오는데, 편도 3.5~4km 거리다. 느린 걸음으로 왕복 2~3시간 걸린다. 한오봉이나 옥녀봉까지 올라도 좋다. 정상에서 보면 마을이 밥공기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공기마을이다.

편백숲 입구 주변은 삼림욕장 역할을 한다. 경사지에 너른 숲이 펼쳐져, 쉴 때 상대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편백숲 오솔길을 잊은 채 그곳에 터를 잡는 이도 있다.

유황 편백탕도 있다. 원래 온천 개발을 계획했다가 족욕탕으로 만들었다. 온천의 뜨거운 물은 아니고 개울물을 끌어와 시원하다.

○ 주변 볼거리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ㆍ대아수목원ㆍ화암사ㆍ삼례예술촌ㆍ비비정마을ㆍ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ㆍ전북도립미술관 등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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