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19대 국회를 넘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법 개정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IT업체가 이를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경우 핀테크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와 IT업계는 기대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개정안은 20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24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20대 국회가 처음 열리는 오는 30일에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내 K뱅크 준비법인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상황점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조차 불투명하다”

지난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적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 세미나를 개최하고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모바일금융 서비스 도입으로 장소적 개념의 뱅크가 아닌 금융행위인 뱅킹만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은산분리 규제와 대기업진출 제한으로 인터넷은행의 출범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 제16조의2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에 따르면 은행 주식은 산업자본과 같은 비금융주력자가 10%를 초과해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총 자산이 5조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계열사의 경우는 4%, 금융위의 승인을 받을 경우 10%까지만 소유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IT기업이 대거 지분출자를 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은행법 개정 없이는 KT와 카카오의 지분율이 각각 8%(의결권 4%)와 10%(의결권 4%)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 못하게 되니 준비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K뱅크·카카오뱅크, “큰 문제는 없다”

이렇게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뒤로 하고, 당사자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내부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존의 현행법에 맞춰서 예비인가 때부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출범이 늦춰지거나 사업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시스템 개발 중이고 11월쯤 완료 후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본인가 심사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서 출범 시기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K뱅크는 차질 없는 준비를 하면서도 IT기업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마련해야 ‘혁신’이라고 보기 때문에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은행은 정상 출범을 위한 제반 절차를 예정대로 착착진행하고 있다. K뱅크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다음날인 20일부터 4일간 채용 공고를 내 첫 공개채용을 실시했고, 카카오뱅크도 지난 3월말부터 공개채용을 통해 21개 분야를 모집한 바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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