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K팝 가수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유럽, 미주에서까지 사랑 받고 있는 2019년 현재 K팝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리콘, 빌보드 차트 등에 한국 가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고, 팝 스타들이 그렇듯 K팝 스타들도 앨범을 내면 월드투어를 돈다. 보다 현지 활동에 잘 적응하기 위해 연습생 때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해 활동하기도 한다.

이 같은 K팝의 약진이 있기까지 수많은 한국 가수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이 가운데 특히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이를 꼽자면 보아를 빼놓을 수 없다. 3년 여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에서까지 차근차근 앨범을 내며 수많은 기록을 쓴 보아는 K팝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초 신곡 '피드백'을 발표하는 등 데뷔 19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보아의 행보를 짚어보는 건 그래서 의미 있다.

■ 보아를 왜 K팝의 교본이라 할까

만 1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퍼포먼스 실력과 가창력은 데뷔 때부터 많은 이들이 보아를 주목하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보아는 데뷔 이전 3년 여 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는데, 이 시기 동안 그는 춤과 노래 등을 트레이닝 받았다. 이후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국내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연습생 시스템이 보편화됐다. 이전에는 이미 끼 있는 이들을 발굴해 바로 데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면 보아 이후로는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 트레이닝 과정을 통해 역량을 높여 데뷔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K팝 시장이 지금처럼 10대 아이돌 스타들 위주로 돌아가게 된 것도 보아 때부터였다. 보아는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며 10대에도 제대로 된 목표와 훈련이 있다면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영어, 일본어 등 언어를 배워 현지 시장에 곧바로 진출하는 형태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K팝의 영역 확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보아의 성공으로 많은 후배 가수들이 외국어를 춤, 노래와 함께 익혀야 하는 중요한 스킬로 인식하게 됐다.

■ 3개국 데뷔의 진기록

보아는 현지어로 된 앨범을 제작, 해외 2개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유일무이한 가수다. 2000년 '아이디: 피스 비'로 데뷔한 보아는 이듬 해 동명의 앨범을 일본에서도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작부터 순탄하진 않았지만 2002년 발표한 '에브리하트'가 인기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4기 엔딩 곡으로 쓰이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같은 해 '리슨 투 마이 하트'가 크게 히트하며 일본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보아는 이후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일간, 주간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역사 깊은 일본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 NHK '홍백가합전'에 6년 연속 출연하는 기록도 세웠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미국 진출을 선언, 싱글 '잇 유 업'과 '아이 디드 잇 포 러브'를 각각 빌보드 핫 댄스클럽 플레이차트 8위와 19위에 랭크시켰다.

이듬 해인 2009년에는 미국에서의 첫 정규앨범 '보아'가 발매됐다.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27위를 기록했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한 건 이 때가 최초였다. 일본과 미국은 지금도 많은 K팝 스타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시장이다. 한 발 앞서 시장을 개척한 보아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들 나라에서 한류의 불씨가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 '도전ing' 아티스트

한국과 일본 양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아티스트 보아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12년 발표한 '온리 원' 때부터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면모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온리 원'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보아는 이듬 해 또 다른 자작 곡 '그런 너'로 기존의 파워풀한 이미지에서 부드러운 퍼포먼서로 변신했다. 이후 프로듀싱 능력을 키워 2015년엔 전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 '키스 마이 립스'를 내며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증명했다.

장르를 넘는 도전도 있었다. 보아는 2013년 KBS2 '연애를 기대해'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빅매치', '메이크 유어 무브', '가을 우체국' 등으로 스크린에서도 대중과 만났고, 2016년에 방송됐던 JTBC 종영극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는 일에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에 화장이라곤 립밤 바르는 게 전부인 '건어물녀' 권보영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특히 보아라는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에게 잘 맞으면 작은 역이라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여성 아이돌 스타로서 30대에 접어든 보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내 이사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보아는 자신이 이미 이룬 것, 오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며 현역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세계 전역에서 5장의 앨범을 냈고, 올해도 지난 1월 발표한 '아모르'를 시작으로 4월 '스키다요 -마이 러브-'를, 지난 4일엔 한국어 노래 '피드백'을 발표했다. 데뷔 20주년을 앞두기까지 한 번의 휴식기도 없이 현역 뮤지션으로 도전을 아끼지 않는 보아는 활동 수명이 짧다고 이야기되는 아이돌 스타, 특히 여성 아이돌 스타들이 어떻게 가수로, 또 엔터테이너로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OSEN, '아이디: 피스 비' MV 캡처, 앨범 '잇 유 업' 커버, JTBC, 드라마 하우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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