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원' 이후 보아의 음악②
'온리 원' 이후 보아의 음악②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06.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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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2000년 데뷔한 보아는 2002년 '리슨 투 마이 하트'로 일본 J팝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같은 해 국내에서 발표한 정규 2집 '넘버원'으로 정상에 올랐다. 데뷔 3년 차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우뚝 선 보아의 질주는 대단했다. '발렌티', '아틀란티스 소녀', '마이 네임', '걸스 온 탑', '허리케인 비너스' 등 히트 곡들이 쏟아졌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진출까지 이뤄낸 보아는 2012년 발표한 7집 '온리 원'에 이르러 새로운 음악적 성취를 이뤄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을 직접 작업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된 것. 보아가 단순히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가수에서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담는 뮤지션으로 대중에게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온리 원' 이후 보아의 음악적 행보를 살피고자 한 이유다.

1. '키스 마이 립스'(2015)

'온리 원'과 '그런 너'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입증한 보아는 2015년 정규 8집 '키스 마이 립스'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줬다. 타이틀 곡 '키스 마이 립스'부터 개코와 함께한 '후 아 유',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에 서로가 상처받는 상황을 가볍지만 진지한 가사에 담아낸 마지막 트랙 '블라'까지 보아는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을 직접 썼다. 이 앨범은 딱 한 곡만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트랙의 전반적인 흐름이 흥미롭다. 커다란 부채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준 타이틀 곡 '키스 마이 립스'로 화려하게 시작된 앨범은 복고풍 브라스 사운드에 자유를 찾고 싶다는 마음을 녹여낸 '스매시'까지 분위기를 이어가다 4번 트랙 '섀터드'에 이르러 몽환적인 분위기로 전환한다. 이후 '온리 원'과 '그런 너'처럼 편하게 듣기 좋은 멜로디가 특징인 '더블 잭', '홈', '러브 앤드 해이트'를 지나 '블라'로 생각할 거리를 남기며 마무리한다. '키스 마이 립스'는 아이돌 스타로 데뷔해 15년 간 꾸준히 현역으로 활동한 보아의 음악적 역량과 솔직한 생각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앨범이었다.

2. '메이크 미 컴플리트'(2016)

'메이크 미 컴플리트'는 보아의 일본 데뷔 15주년이었던 2016년에 공개된 음원이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 영어 가사의 곡인데, 일본에서 공개된 뒤 국내에서도 음원으로 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빗발쳤고 결국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노래는 일본 후지TV의 스페셜 드라마 '오오쿠'의 주제가로 쓰였는데, 영어 가사로 쓰인 오리지널 트랙이 드라마의 주제가로 쓰인 건 일본 방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아에게도 영어로 된 발라드 곡은 '메이크 미 컴플리트'가 최초였기 때문에 여러 모로 의미가 깊은 곡이라 할 수 있다.

'오오쿠'는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집권한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나리 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성들의 치열한 삶과 야망, 사랑을 담은 '오오쿠'의 내용과 보아의 힘찬 목소리가 맞아 떨어지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3. '노 매터 왓'(2016)

보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1월부터 정기적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곡을 공개하는 디지털 음원 채널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보아의 '노 매터 왓'은 스테이션을 통해 지난 2016년 6월 공개된 노래다.

이 노래는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보아의 다이내믹한 보컬과 툭 던지듯 늘어놓는 빈지노의 랩핑이 조화를 이룬 재미있는 곡이다. 특히 관심 있게 봐야할 부분은 장르다. 사실 '노 매터 왓'이 공개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트로피컬 하우스'라는 장르가 그리 인기 있지 않았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들을 활용해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열대 우림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트로피컬 하우스는 딥하우스의 일종이다. '노 매터 왓' 이후 태연의 '와이', '청하의 '와이 돈트 유 노', 블랙핑크의 '불장난' 등 트로피컬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여러 인기 곡들이 나왔으니, '노 매터 왓'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국내에 소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재즈클럽'(2017)

레트로 악기 소리, 재지한 보컬 애드리브 등 다양한 사운드를 듣는 재미가 있는 '재즈클럽'은 대중음악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재즈풍을 가미한 팝이다. 사랑했던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은 화자의 심경을 담은 가사와 경쾌한 리듬의 대비는 '재즈클럽'의 큰 특징이다.

이 노래는 2017년 일본에서 발매됐다. 안타깝게 한국어 버전은 없지만 보아의 영어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언어를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만하다. 보아의 놀라운 안무 습득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안무 영상도 놓치면 아쉽다.

5. '우먼'(2018)

지난 해 발매된 정규 9집의 타이틀 곡 '우먼'은 보아가 지난 2005년 발표했던 '걸스 온 탑'과 연결되는 노래다. '걸스 온 탑'이 당당한 여성이 되자고 외치면서도 '여성스러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 했던 노래라면 '우먼'은 '여성스러움'이란 특정한 이미지에 얽매이지 말고 가장 나답게 살자는 메시지 담고 있다. 이전 앨범과 연결성을 가지고 가면서 한층 성장한 메시지를 담은 것. 보아는 10대에 데뷔해 20대를 지나 30대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현역 가수로 활동한 여성 아이돌 스타계의 선구자다. '뭐라해도 내 안에 간직해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진정한 우먼'이라는 가사는 20여 년 동안 K팝 여성 아티스트로서 최전방에서 활동해온 보아가 썼기에 더욱 와닿는다. 뮤직비디오 전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물구나무 안무는 퍼포먼서로서 보아의 역량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이크 미 컴플리트' 커버, '재즈클럽', '우먼' M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