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차이가 역사를 바꾼다’는 광고 문구처럼 땅 위에서 이동수단의 혁명은 속도로부터 시작됐다. 1700년대 증기기관차가 발명될 때의 속도는 5km/h에 불과했지만 승객을 수송할 때쯤엔 140km/h를 넘었다. 1880년대 칼 벤츠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차의 초기속도도 16km/h였다. 130년이 지난 지금은 450km/h가 넘는 슈퍼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또 터보제트엔진 자동차는 비행기 활주로에서 1,228km/h를 기록했고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내년에 1,609km/h에 도전할 예정이다.

속도는 이동수단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기술을 이끌어 왔다. 19세기 말 유럽 상류 사회에서는 자전거 경주(경륜)가 인기 스포츠였다. 자동차가 발명되자, 자전거와 자동차의 경주가 시작됐는데 초창기는 자전거가 승리했다. 그러나 1898년 ‘샤슬 로버’의 전기자동차(64km/h)와 ‘알베르 샹피온’의 자전거(55km/h)와 경주에서 최초로 자동차가 자전거를 앞섰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는 엔진과 타이어 제조 기술이 급속히 발전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순간 속도’와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가 핵심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발전된 속도는 도로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도와 지방도로는 주거의 접근성을 고려해 주변 지형지물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구간별로 속도 제한을 둔다. 이와 달리 자동차 전용도로는 차선의 넓이가 일반도로보다 넓고 직선으로 설계돼 있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고속열차의 경우도 핵심기술이 엔진성능보다 교량의 과학적 시공과 이음새 없는 일체형 철로에 있다. 자동차 속도는 도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최고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편도 2차선인데도 속도가 무제한이다. 이는 설계단계부터 목표 속도로 주행할 수 있게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전용도로는 고속주행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기존 도로에 차선만 넓힌다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터널의 경우 곡선 설계를 줄이고 좁아지는 길과 급경사 길은 시야가 확보되게 직선으로 만들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다발지역’은 운전 부주의보다 도로의 비과학적인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무시한 과속 또한 인재(人災)의 원인이 아닐까.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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