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이 자사의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소개했다.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온 항공사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대한항공과 맺은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주주들에게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미국과 아시아는 잇는 최상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JV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21일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와 관련해 주주로서 회사 경영을 함께 감시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까지 늘리며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 지분 추가 매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려왔다.

KCGI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델타항공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 지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분취득은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하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델타항공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일부는 불법 행위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 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CGI는 "한진그룹 측과의 이면 합의에 따라 주식을 취득했다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번 투자와 관련해 대한민국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투자를 유치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을 존중하며 이른 시일 내에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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