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보통연애'부터 '자격지심', '너 앞에서 나는', '인스턴트', '귀차니스트'까지. 박경은 블락비와 또 다른 매력의 솔로 디스코그래피들을 지난 몇 년 간 착실하게 쌓아왔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가수 가운데 최초로 높은 아이큐를 가진 이들만 가입할 수 있는 멘사에 가입, '뇌섹남' 면모를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뽐내고 있기도 하다. '귀차니스트'는 음악가로서, 또 '뇌섹남' 방송인으로서 면모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곡이다. 박경 특유의 밝고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좋아하는 이들은 음악을 좋아할 것이고 번뜩이는 천재성에 끌리는 이들이라면 러닝타임 전체가 광고인 '귀차니스트'의 뮤직비디오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놀라운 건 박경은 자신의 솔로 음악을 작업할 때는 다른 이들의 패드백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그가 홀로 고민하고 풀어낸 결과가 '귀차니스트'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귀차니스트'도 그렇고 박경의 솔로 곡에선 뮤지컬 느낌이 날 때가 많다.

"뮤지컬 음악 같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모르겠다. 왜 그런지. (웃음) 그냥 내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인 것 같다. 기승전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귀차니스트'에선 상당히 많은 악기 소리가 들리던데.

"처음엔 귀찮은 심경을 강조하려고 베이스와 드럼만 넣으려고 했다. 그러다 가사에 따른 장면 전환 느낌을 내려고 색소폰 같은 다른 악기 소리를 넣기 시작했다. 색소폰, 베이스, 건반, 기타 다 리얼 사운드다. 드럼 빼고는 거의 다 리얼 사운드라 보면 된다."

-리얼 사운드를 넣으려면 작업 과정이 더 고되지 않나. 굳이 리얼 사운드로 곡을 구성하려 한 이유가 있다면.

"그루브가 다르다. 만들어내는 그루브와 사람이 연주해서 내는 그루브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그 부분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최근 듣는 노래가 궁금하다.

"밴드 음악에 꽂혀 있다. 우연치 않게 페퍼톤스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콘서트를 보게 됐다. 무대에서 밴드 합주하는 게 너무 멋있는 거다. '저게 진짜 멋이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멋있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원래 리얼 악기들을 좋아했고, 스트링보다는 브라스가 '귀차니스트'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었다."

-'귀차니스트'라는 소재는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작년에 '인스턴트'라는 앨범을 냈는데, 사실 그 전에 '내가 너무 사랑 노래만 하나'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때도 '인스턴트'라는 소재를 사용한 거다. 그 이후에 '일상적인 주제를 많이 가져와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잠을 자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그날따라 진짜 너무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은 거다. 그래서 '이걸 노래로 만들어 보면 많은 공감대를 가져주지 않을까' 하게 됐다."

-보컬적인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곡을 만들다 보니 노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래퍼이기 때문에 사실 노래는 주먹구구식으로 부른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내 색이 생기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본다."

-박경의 노래 스타일?

"음가가 있는 랩, 노래도 아니고 랩도 아닌 그런 것 있잖나. (웃음) 그런 스타일이 내가 노래를 부를 때도 편하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음악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음악 나오기 전에 주위 반응은 어땠나.

"곡을 만들 때는 피드백을 잘 안 듣는다. 그냥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는 편이다. 물론 블락비 곡이야 멤버들에게 미리 들려주고 의견을 구하지만 내 솔로 곡은 아니니까. 노래가 완성된 다음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잘 안 보낸다. 그들이 피드백을 줘도 어차피 완성된 걸 보낸 거니까 못 바꾼다. (웃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작업한다."

-노래를 낼 때 어떤 결과를 얻고 싶나.

"사실 결과라고 하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게 차트일텐데 나는 차트를 만드는 요소들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대중성, 팬덤, 예능 등 방송에서의 노출 빈도 등등. 그래서 가늠할 수가 없다. 예전부터 나는 계속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처음 차트에 이름을 올리게 해준 건 팬들이었다. 팬들의 힘이 컸다. 지금은 블락비로서의 활동도 좀 뜸하고 음악 방송에도 많이 나가지 않는 편이라 아무래도 차트 진입 순위는 전보다 낮은 편이다. 그래서 차트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번 노래로 바라는 성적이 아닌 성과는 동료들로부터 '좋다'는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그게 이루고 싶은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사진=세븐시즌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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