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시카고',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등 뮤지컬들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이 때 이런 뮤지컬들을 레퍼런스로 한 뮤지컬 '썸씽로튼'이 내한했다.

'썸씽로튼'은 미국 투어를 마친 뒤 지난 9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미국 투어에서 쓰인 무대 세트를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하는 공연으로 브로드웨이 무대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오리지널 팀이 해외 공연을 갖는 건 서울이 처음이다.

'썸씽로튼'은 아는 만큼 웃기는 작품이다. 그 대단한 셰익스피어부터 성, 인종 차별, 인물의 우상화와 우상화된 인물의 내적 갈등 등 개인적 차원부터 사회적인 차원을 넘나들며 이를 비튼다. 때문에 쉴 틈 없이 쏟아지는 풍자의 향연들을 얼마나 잘 눈치채는지에 따라 작품은 러닝타임 내내 웃길 수도, 때때로 웃길 수도 있다. 또 '렌트', '레미제라블', '코러스라인' 등 유명 뮤지컬들을 패러디하고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들과 그 대사가 인용되는 만큼 이들의 내용과 넘버, 캐릭터를 알면 알수록 몰입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재미없는 작품은 아니다. "벌써 (15)90년대라고. 여자(엘리자베스 1세)가 지도자인 시대니까 1600년이 되면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대사들은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도 관객들에게 현재의 사정을 떠올리게 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썸씽로튼'의 작사, 작곡, 극작에 참여한 웨인 커크패트릭은 프레스콜에서 "많은 레퍼런스가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걸 넣으려고 했다. 모르는 것에도 웃고 즐길 수 있고 알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스타 캐스트와 고음역대의 넘버 등이 많은 사랑을 받는 한국 시장에서 메시지와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썸씽로튼'은 아직 낯선 작품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창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국내 뮤지컬계에서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무명의 극작가인 바텀(아래를 뜻하는 영어 단어, bottom) 형제가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군림하고 있는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극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그린다. 그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의 살짝 빗나간 예언을 듣고 '햄릿'이 아닌 '오믈렛'이라는 작품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관객들을 배꼽 잡게 한다. 뮤지컬의 탄생에 대한 상상력을 소재로 했기에 화려한 의상과 세트, 캐스트들의 군무, 신나는 음악, 탭댄스 등이 조합된 전형적인 뮤지컬 장면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많은 뮤지컬들이 레퍼런스로 사용된 1막의 '어 뮤지컬'은 놓치면 안 될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영화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베놈' 등으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가 대사를 한국어로 옮겼다. 오는 30일까지 계속해서 관객들과 만난다. 러닝타임 150분. 8세 이상 관람가.

사진=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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