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연 기자] 디폴트 옵션 도입 등 퇴직연금의 제도 개선이 추진되는 가운데 은퇴를 대비하는 자산운용 상품 중 하나인 생애주기펀드(TDF)의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에 출시된 TDF(분류명 라이프사이클 펀드) 78개의 설정액은 1조7262억원으로 연초 이후 3934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총 1조7812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고려하면 TDF 시장의 자금 유입은 더 돋보인다.

TDF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평균 10.32%로 국내 주식형 펀드(3.7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장기 평균 수익률은 3년 20.25%, 5년 26.74%에 달한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설정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해 투자금을 굴려주는 펀드다.

은퇴 시기가 오래 남은 시점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비중을 크게 둬 고수익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을 늘린다.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에 처음 출시한 TDF는 2016년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상품 출시에 가세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2016년 말 700억원 수준이던 TDF 설정액은 2년 반 만에 약 25배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출시와 수익률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작년 8월 금융위원회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자산의 100%까지 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TDF의 주식 투자 비중은 80%를 넘을 수 없다.

특히 최근 퇴직연금 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TDF가 적합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연금자산에 대해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 자산을 금융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자동투자 제도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DC형 가입자들의 TDF 가입이 증가해 시장 성장에 속도가 더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TDF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TDF 시장에 새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교보악사자산운용이 '교보악사 평생든든 TDF'를, 이달 초 NH-아문디자산운용이 'NH-아문디 하나로 TDF'를 각각 출시하면서 TD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10개로 늘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령화로 인한 은퇴자산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는 저출산과 함께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게 되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나 미국처럼 퇴직연금 제도가 활성화한 나라도 가입자가 자산 배분을 적극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연령과 위험 성향 등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 배분이 이뤄지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TDF”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hoyeon54@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