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살인의 추억’ 주역들이 16년 만에 다시 재회했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나랏말싸미’를 통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한글 창제의 비화를 알리며 묵직한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25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조철현 감독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강호가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은 세종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역사적으로 아주 위대한 세종대왕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도 됐지만 또 이런 기회에 안 하면 언제 해보겠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종대왕에 대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 영화는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긴 고통이 있다. 인간 세종의 매력에 끌렸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송강호는 또 ‘나랏말싸미’ 현장에 대해 “사극이 주는 웅장함도 있지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편했다”며 “‘사도’를 집필한 조철현 감독 특유의 언어의 깊이가 묻어났다”고 회상했다.

박해일이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드는 신미 스님으로 분했다. 삭발을 감행하며 외형적인 변신에 도전한 박해일은 “크게 안 어울린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두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송강호는 “내가 본 두상 중 최고”라고 거들었다.

박해일은 “한글 창제의 과정 안에서 조력자가 스님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신미 스님 캐릭터에 굉장한 호기심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소헌황후를 연기한 전미선은 “소헌황후의 성품은 내가 갖고 싶던 성품이다”라며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여장부에 가깝다”고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은 ‘살인의 추억’(2003)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다. 송강호는 “나만 늙은 것 같다. 두 사람은 변함없다”며 웃었다. 박해일은 “다시 만나게 된 것 자체가 너무 뜻 깊다”며 “한층 깊어진 분위기가 그 때와는 또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전미선은 “영화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느낌은 똑같다”며 “너무 든든한 두 분이 받쳐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조철현 감독은 “평상시 사극을 만드는 데 자주 참여하면서 우리의 5000년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자 한 것은 15년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 스님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하는 훈민정음이 왜 비밀 프로젝트였을지 굉장히 궁금했다. 그러다 그 설정을 알게 되고 그것을 근간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또 영화의 완성을 언급하며 “우리 어머니의 평생 한이 글자를 모르는 것이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랏말사미’는 다음 달 24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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