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권사, 34조원 규모 부동산 PF 우발채무 부담
증권사들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약 34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엔 건설사(시공사)들이 부동산 PF 자금에 대한 연대보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저축은행 PF 부실사태 이후 건설사들이 연대보증을 꺼리면서 최근 부동산 PF의 대부분은 증권사들이 부담하고 있다. 만약 부동산 경기 둔화가 본격화 될 경우 부동산 PF 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증권사가 부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증권사들의 향후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키’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금융연구원(KIF)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경기가 둔화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그동안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져(위험 노출)를 크게 확대시켜온 증권사들의 관련 자금중개에 대한 모니터링과 식별 및 체계적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우발채무) 비중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거나 또는 상회하는 증권사에 대해 별도의 모니터링과 함께 위험가중치 조정, 신용공여 한도 설정,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 중 신용공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인 리스크 수준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공여는 부동산 관련 PF 대출이나 관련 유동화증권(ABCP 등)을 발행하는 단계에서 신용보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보통 증권사의 매입확약 또는 매입약정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매입확약의 경우 시행사가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행하면 증권사가 대출 자금을 대신 상환해야한다. 이는 증권사가 자금조달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위험부담이 큰 만큼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책정된다. 반면 매입약정은 증권사가 사전에 약정한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기 때문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수수료 역시 매입확약보다는 낮다.

신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축은행 PF 부실사태 이후 시공사들이 부동산 PF에 대한 연대보증 등 채무보증을 꺼리고 있어, 자연스럽게 PF 관련 채무보증 대부분이 증권사의 몫으로 이전됐다"며 "(부동산 PF) 관련 부실이 현재화 될 경우 증권사의 부담도 커지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PF 만기가 2~3년 등으로 점차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증권사의 잠재적 리스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가 확장되는 시기에는 증권사의 수익도 그만큼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부실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증권사는 상당한 손실과 함께 실적악화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은 자기자본 4조원 이하의 대형사와 중형 증권사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초대형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 김기필 금융평가1실장은 "최근 증권사의 우발채무 증가를 견인한 것은 초대형사 및 대형사"라면서도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대형사와 중형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대형사의 경우 최근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빠르게 증가했으나, 자기자본의 증가가 병행돼 대형사 및 중형사에 비해서는 양호한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형사의 경우엔 우발채무가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과중한 우발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선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형 우발채무 비중과 최근 신용공여형 우발채무의 증감률, 우발채무 중 부동산 PF 우발채무 비중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증권사로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4개사를 선정했다. 이는 2018년 9월말 수치를 기준으로 선정한 결과다.

한편,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증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의 부동산금융 부문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초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금융 부문에 대한 검사를 예고한 바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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