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상반기 가요계에는 사건사고들이 가득했다. 특히 한 때 '가요계 3대 기획사'라 불렸던 YG엔터테인먼트발 논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며 대중을 경악케 했다. 승리, 비아이 등 YG엔터테인먼트를 대표했던 얼굴들이 불미스러운 논란에 휘말리며 회사와 계약을 해지했고, '회장'이라고까지 불렸던 양현석도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학교 폭력 이슈도 가요계를 어둡게 했다. 이런 와중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새로운 기록들을 써내며 K팝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승리가 대표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

■ 버닝썬, 논란의 시작

1월부터 가요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대표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이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상교 씨는 오히려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로부터 2차 폭행을 당했으며, 경찰은 가해자는 연행하지 않고 자신만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승리에게 그 불똥이 튀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승리는 "사업장의 성격상 다툼 및 시비가 적지 않게 일어나기에 이번에도 큰 문제 없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입장을 낼 만큼 여유로웠다.

사태는 곧 전환됐다. 버닝썬 내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정황이 포착됐고, 대표로 있던 이문호 씨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버닝썬 내에서 마약류인 일명 '물뽕'을 여성들에게 먹인 뒤 VIP룸에서 강간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승리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입대하려 했으나 대중의 반발이 거세지자 직접 경찰에 출석해 마약 검사를 받고 입대일도 연기했다. 마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빅뱅 전 멤버이자 버닝썬 전 대표이사 승리.

그런 사이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강남경찰서에 소속된 일부 경찰관이 버닝썬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이 속한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경'이라는 인물이 언급되며, 이들과 경찰 사이에 커넥션이 있음이 드러났다. 승리는 대만인 투자자인 일명 '린 사모'와 짜고 국내 가이드 겸 금고지기인 안 모 씨가 관리하는 대포통장을 활용해 클럽 영업직원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급여 명목으로 5억66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게 됐다. 또 유리홀딩스의 유인석 전 대표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클럽인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 등으로 버닝썬의 자금 5억2800여 만 원을 횡령한 정황도 드러났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거리를 뒀던 승리가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로 부상한 것이다. 그는 빅뱅에서 탈퇴하고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도 해지했다.

■ YG의 추락

승리는 '버닝썬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4명의 빅뱅 멤버들의 빈자리를 채워왔다.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YG전자'에서도 얼굴 마담 역을 톡톡히 했다. 그런 승리의 논란에 빠르게 계약을 해지하고 선을 긋는 YG엔터테인먼트를 보고 일각에서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의 리스크는 승리 혼자만이 아니었다. '승리 클럽'으로 알려졌던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의 실소유주가 실은 양현석이었으며, 이 클럽은 유흥업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양현석과 YG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탈세 혐의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버텼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의 직책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물러난 양현석.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승리와 같은 그룹에 속했던 지드래곤이 1년 여 복무를 하면서 76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 가운데 47일이 병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는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동기들보다 3개월 늦게 상병이 됐으며,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자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연예인이거나 특정 신분이라고 해서 일반 용사와 달리 차별적인 특별 대우를 받거나 법규가 비정상적으로 적용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7년 6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되며 의경직위에서 해제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해온 탑 역시 첫 출근부터 지각을 한데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간 동안 빅뱅의 신곡 '꽃길'을 내는 등의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또 지난 해 추석연휴와 현충일 연휴 때 징검다리 근무 날 병가를 내고 병가신청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실복무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정상 1일 이하의 병가는 서류 없이 기관장의 재량으로 승인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입 시도 정황이 있었다. 탑과 함께 과거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120시간, 추징금 87만 원을 선고 받았던 한서희는 과거 비아이로부터 마약류인 LSD를 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구해준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를 경찰 조사에서 얘기하려고 했으나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의 입막음으로 하지 못 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양현석은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동생 양민석 전 대표이사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에서의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 성범죄에 학교 폭력까지

안타깝게도 사건사고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만 터져 나오지 않았다. 평소 승리와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FT아일랜드의 최종훈과 정준영, 또 정준영과 절친한 사이였던 가수 로이킴, 에디킴 등이 불법 촬영물 관련 논란에 휘말리며 불명예를 얻었다.

정준영의 경우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이를 불법으로 촬영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 등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이라이트의 전 멤버 용준형, 씨엔블루의 이종현 등이 정준영이 나눈 불법 촬영물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용준형은 이를 보고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음을 인정하고 그룹에서 탈퇴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이종현은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상을 보거나 여성 비하와 성에 관련한 부적절한 대화를 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제대로 된 성의식을 가졌다면 이를 방관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 뉘우치고 있다"고 사과했다.

로이킴과 에디킴 역시 일명 '정준영 단톡방'에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다. 에디킴의 소속사 관계자는 "에디킴은 몰카 등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거나 유포한 적이 없다.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선정적인 사진 한 장을 올린 사실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가수 정준영(왼쪽)과 최종훈.

정준영은 이 외에 집단 성폭행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사건에는 정준영과 FT아일랜드의 최종훈, 또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의 친오빠인 권 모 씨 등이 연루돼 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에서, 또 같은 해 3월 대구에서 여성을 만취시킨 뒤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준영과 최종훈에 대해서는 특수 준강간 혐의가, 권 씨에 대해서는 특수 준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돼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 씨스타 출신 효린 등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는 일도 있었다. 유영현의 경우 논란이 불거지자 밴드에서 탈퇴했고, 베리굿의 다예는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자신이 기억하는 자세한 정황을 올려 논란을 불식시켰다. 효린의 경우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고 했다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대응 의지를 밝힌 뒤 다시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 "합의를 했다"고 입장을 번복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룹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 올해도 날았다

가요계에 마냥 우중충한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난 4월 신보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를 발표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다시 한 번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재확인했다. 또 이들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 3년 연속 수상,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무대, 미국 N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SNL'에서의 컴백 무대 등 역대급 행보로 국내·외 K팝 팬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되게 했다. 이 달 초에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타들만 설 수 있다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또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의 타이틀 곡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24일(현지시간) 미국 레코드산업협회로부터 플래티넘 디지털 싱글 인증을 받았다. 지난 해 11월 첫 플래티넘을 기록한 'MIC 드롭'에 이은 두 번째로 한국 가수로서는 최다 플래티넘 인증 기록이다. 미국 레코드산업협회는 디지털 싱글 및 앨범 판매량에 따라 골드(50만 이상), 플래티넘(100만 이상), 멀티 플래티넘(200만 이상), 다이아몬드(1000만 이상)로 구분해 인증한다. 디지털 싱글의 경우 디지털 다운로드,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기록을 포함해 집계한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팝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다. 미국, 영국, 브라질 등 세계 각지를 돌며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를 진행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다음 달 그 무대를 일본으로 옮긴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OSEN,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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