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화려한 조명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만이 연예계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스타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자,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비추는 기술자, 한 편의 작품이 될 이야기를 찾고 쓰는 작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연출가 등 카메라 밖에서도 연예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연예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코너를 신설했다. <편집자 주>

국민 뮤지컬 넘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금 이 순간'을 탄생시킨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그는 '지킬앤하이드'를 비롯해 '드라큘라', '데스노트', '황태자 루돌파', '마타 하리', '웃는 남자' 등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뮤지컬들의 곡을 다수 작업했다. 감성적인 멜로디와 고음역대로 올라가는 하이라이트는 특히 국내 관객들의 입맞에 잘 들어맞으며 그를 '명예 한국인'이라 부르는 이들까지 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은 와일드혼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한국에서 새 작품을 올리게 됐다.

"매 작품을 낼 때마다 출산을 하는 기분이다. 물론 실제 출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내 인생에서 몇 년씩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작품들이 그냥 쓰여서 올려지는 게 아니니까. 매번 할 때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엑스칼리버' 작업의 특징이 있다면.

"켈틱 음악 요소를 넣고자 했다. 사실 우리가 켈틱 음악에 대해 아는 건 영화나 TV를 통해 본 것들 뿐이다. '바이킹'이나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아 이게 켈틱 음악이구나' 하는 거다. 그런데 사실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등의 영향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나는 그 지역들의 색이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엑스칼리버'에는 캐틀 드럼이 크게 나오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음악적 색을 불러올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이런 작업을 해 볼 수 있었다. 음악을 통해서 이 작품만의 음악적 색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엑스칼리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인물들로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좋은 질문이다. 아서 왕이나 귀네비어 같은 인물은 진짜 전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아닌가. 그런데 이런 것들이 스토리로 적혀있던 건 아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원스 앤드 퓨처 킹'이라는 책이었다. 처음, 중간, 끝의 서사가 있는 게 아니라 에피소드를 나열해 놓은 책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계속 자기만의 버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다."

-이번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어떤가.

"소년이 왕이 된 뒤 남자가 되는, 그런 구조의 스토리로 돼 있다. 소년 시절 '왕이 될 운명'임을 깨닫고 혼란을 느끼고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아서가 자신의 안에 있는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아서 왕의 이복 누이 모르가나 캐릭터에 애정을 보인 걸로 알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사실 쇼타임이라는 방송에서 모르가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10년 전과 다르잖나. 그래서 10년 전에 썼을 법한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었고,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귀네비어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귀네비어가 남자들이 행동하는 것에 반응을 보이는 캐릭터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는 귀네비어를 활을 쏘는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마을 여자들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우리 시대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김준수와 '드라큘라', '데스노트'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제대 후 같이하는 첫 작품이다. 몇 년 간 사라졌던 형제와 다시 만난 느낌이다. (웃음) 지난 시간 동안 김준수도 개인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을 거고, 그렇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공연에 잘 녹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음악들을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웃음) 부친이 한국전쟁에 참가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다. 한국 군인들과 친해졌던 이야기, 전쟁이 끝나고도 이어진 우정 같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그 이야기들은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오픈 소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음악도 소울풀하고 열려 있고 마음이 담겨 있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 이상 분석해서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 하고 이런 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과 데이트를 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서로 교감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뮤지컬계의 특징이 있다면.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대표적이다. 미국 같은 경우 어떤 배우가 맡고 있는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하면 아마 난리가 날 거다. 작곡가로서는 한 번에 다양한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같은 경우에는 리허설 기간을 충분히 갖고 다른 지역에서 공연도 해 보고 무대에 올리는데, 한국은 연습해서 바로 무대에 올리는 게 다르다. 연습 시간이 브로드웨이에 비해 짧다 보니 아무래도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뮤지컬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다.

"한국의 뮤지컬 업계는 아직 너무 젊고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젊다는 건 두 가지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 아마 한국 뮤지컬 관객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어릴 거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계속 뮤지컬을 보는 관객이 될 거다. 때문에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

-음악 작업의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궁금하다.

"영화나 책, 뉴스를 보면서 얻기도 하고 평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받기도 한다. 때로는 얼굴 하나, 사진 하나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가 들려준 스토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 때도 있다. 늘 학생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학생이고자 하면 뭔가 배우게 되고 영감을 얻게 되는 타이밍이 분명 올 거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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