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최근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을 보면서 미니멀과 디테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미니멀과 디테일의 의미는 서로 상충되어 형용모순처럼 느낄 수 있는 상황 표현요소다. 어느 한쪽에 경도되면 역설적으로 한쪽은 희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대칭적 상징물과 치밀한 미쟝센이 모두 빛났다.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계급상에 담긴 모순적 양면성이 잔상으로 남았다. 미니멀한 ‘체호프의 법칙’ 연출이 반지하, 수석, 냄새, 자화상, 인디언 등의 상징적 디테일로 묘사됐다. 씁쓸한 풍자와 강렬한 긴장감을 더했다.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생각의 여백’에서 감정이입의 힘이 느껴졌다.

미니멀과 디테일의 관계를 압축 표현한 아포리즘이 “덜한 것이 더한 것이다(Less is more)”이다. 이 말은 독일 출신의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남긴 말이다.

그는 형태구성의 미니멀 기법을 통해 단순성과 명확성으로 상징되는 현대건축을 선도했다. 자연계에서의 리아스식 해안선, 나뭇가지 모양, 눈꽃 등의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자기 유사성의 전체를 만드는 프랙탈(Fractal) 구조도 복잡계의 단순 자기복제 알고리즘이다.

스티브 잡스의 단순화 철학에 영향을 준 파블로 피카소는 11장의 석판화 연작 ‘황소’를 단계적으로 세부묘사를 제거하며 마지막에는 극단적으로 핵심적 본질만 남긴 선으로 황소를 표현했다. 마치 몸체만으로 인체의 미를 상징하는 토르소 기법의 조각처럼 여백을 중요시했다.

따라서 여백은 공백과는 다르다. 움직이는 부문을 생략한 여백의 묘사가 역설적으로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하는 셈이다. 여백은 디테일이 완성의 의미로 치환된 생각의 능동적 공간이라 할수 있다.

자연스러움이 경쟁력인 시대다. 오늘날 기업들은 자기 제품들을 고객에게 혁신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에 적극적이다. 특이하고 기발한 장치나 장식품 등을 과장되게 차별화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상품의 다양화와 고기능화에 집착하는 마케팅 형태가 고객의 피로감, 불쾌감, 소외감 등 소비 스트레스를 증폭 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단순함이 부족한 과도하고 과장된 기능은 제품의 전체 가치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최고급 스마트폰의 기능 중 70%는 고객이 사용하지 않는다. ‘파레토의 법칙’을 통해 과유불급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결국 마케팅의 핵심은 본질에 집중하는데 있다. 핵심관리(The Vital Few)의 미니멀과 디테일의 가치사슬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구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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