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계, '최연소 총수' 우려 벗고 과감한 경영 판단과 新 경영문화 정착
상속세 해결과 美中 갈등에 화웨이 장비 도입 등 과제 산적
구광모 회장 /사진=LG그룹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지난해 6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 LG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구광모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 운영을 보여주며 오는 29일 '총수 취임' 만 1년을 맞는다.

취임 직후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인 LG그룹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 체제는 LG를 실용주의적 기조로 변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최연소인 구 회장의 첫 1년은 과감한 도전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미래 비전을 실용주의로 바꾸는데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LG그룹의 경영현안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구 회장은 인사부터 사업구조 개편까지 굵직한 현안들을 발빠르게 챙기며 자신 만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기틀 마련에 주력했다.

그간 구 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 사업과 미래 먹거리 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해 왔다.

LG전자는 지난 4월 경기 평택 스마트폰 라인을 베트남으로 전격 이전했다.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부 매각, LG전자 계열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솔루션 매각, LG화학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 경영권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 LG디스플레이 일반 조명용 OLED 사업 철수 등 구 회장은 1년 동안 종횡무진하면서 성과를 냈다.

반면 전장, 5G 관련 사업 등 유망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 3월 주력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50%+1주)을 8000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 전장 조명 회사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LG그룹의 M&A로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구광모 회장은 미래성장동력과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을 비롯, 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봇·디스플레이·소재·바이오 등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들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인사에 있어서도 과감한 결단이 돋보인다.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던 LG그룹의 ‘순혈주의’를 청산하고 외부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있는 점도 실용주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LG화학 대표이사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한 것을 비롯, 지주사인 LG 경영전략팀장으로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대표(사장)를, LG 자동차부품팀장으로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을 발탁하는 등 외부인사를 계열사 수장으로 임명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산적해 있는 과제 해결과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먼저 구 회장 등이 해결해야 할 상속세는 9215억원이다. 총액 7161억원에 ‘연부연납’으로 6차례 나눠 내는 것을 고려해 연이자 1.8%를 적용 받았다. 막대한 상속세지만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1차 상속세 1563억원을 납부하는 등 상속세를 성실하게 납부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 개선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내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 사용 계약을 체결한 만큼 미국이 추후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구 회장은 실용주의 경영 노선을 바탕으로 내부 조직과 사업 재편을 다지는데 주력해 왔다”며 “그동안 보여온 경영 판단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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