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카오페이, 토스, 우리금융 등 증권업 진출 가속화...미래에셋·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기대
금융위원회가 지난 25일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 부진과 신규 사업자 진출 부재 등으로 활력을 잃은 증권업계에 새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10여년 만에 증권업 진출 규정을 대폭 완화하면서 신규 종합증권사의 설립과 인수, 합병 및 사업영역 확장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고민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매각 이후 증권업 재진출 방안을 고심하던 우리금융지주 역시 기존 증권사 인수를 통한 증권업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1개 그룹, 1개 종합증권사' 규정이 폐지되면서 기존에 중소형 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그룹의 추가 증권사 인수도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오직 1개의 증권사만 계열사로 할 수 있어 여러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합병을 통해 하나의 증권사로 만들어야만 했다. 과거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한 이후 KB증권과 합병한 경우나 미래에셋대우(옛 미래에셋증권)가 대우증권을 인수해 흡수합병한 경우 등이 이 때문이다.

또한 증권업 진출과 사업영역 확대 등과 관련된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는 것을 막고자 심사기간중단에 대한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관련 심사가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관련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 금융위, 1그룹 1증권사 정책 폐지...심사기간 줄이고 대주주 요건 완화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발표 덕에 변화가 가능해졌다.

금융위는 금융투자회사의 혁신성장 지원과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 하기 위해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특화 증권사 신규진입 허용 정책과 1그룹 1증권사 정책을 폐지하고 종합증권사 진입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증권사의 업무추가가 용이할 수 있도록 인가를 등록으로 전환하고, 등록관련 대주주 등 심사요건을 완화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자본시장이 혁신금융의 선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금융투자산업의 진입과 성장, 생태계 조성을 통해 금융투자업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신규진입 활성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투자업의 역동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업체, 증권업 진출 가속화

증권업계를 비롯한 산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을 반기는 모습이다. 금융위의 결정이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는 즉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과 함께 심사가 지연되고 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바로투자증권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심사가 진행 중인데, 법제처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김범수 의장을 제외하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금융위는 증권업 신규 진입 요건을 완화했다"며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증권사 설립을 준비 중인 토스 역시 금융위의 이번 발표로 사업추진에 보다 힘을 받게 됐다. 토스는 최근 투자중개업을 업무 범위로 하는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하지만 종합증권사 설립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투자중개업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가 가능한 종합증권사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와 토스 외에도 다양한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우리금융, 숙원사업 해결 기대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해 온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고민도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인가, 등록과 관련된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 심사중단기간'을 설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감독기관의 조사, 검사와 검찰의 수사 등으로 (심사)절차가 무기한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박현주 회장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원회의 조사로 인해 지금까지도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있었던 배당사고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검찰수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인가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비슷한 시기 자본확충을 통해 초대형증권사가 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이 모두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가, 등록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되면서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가 심사는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역시 사업인가에 재도전 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최근 증권업 재진출을 고심 중이던 우리금융지주도 이번 금융위 결정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는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이후 증권업 진출 방안을 고민해왔다. 당초 계열사인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기됐으나, 이번 금융위 발표로 인해 기존 증권사 인수 등의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이번 금융위 발표 내용을 반기는 모습"이라며 "완화된 규정으로 인해 여러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정체됐던 증권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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