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분양 받으려는 사람들의 고민이 늘었다.

한 방송 매체에서 최근 애견 농장의 실태를 다룬 이후, 펫숍의 동물을 분양 받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가정 분양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애견 농장의 편법 행위가 너무 많아 믿을 수도 없다.

이에 따라 ‘브리더’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우수한 환경에서 혈통견을 길러내고 번식시켜 분양을 해준다. 애견 농장과 달리 관리상태가 좋아 분양을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는 평가다.

 

▲ 애견 농장의 실태가 방송된 후 사회 곳곳에서는 애견 농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애견 농장, 얼마나 처참했길래

반려산업 성장으로 전국 곳곳에 생겨나던 펫숍과 애견 농장의 모습이 방송된 후 동물 분양 사업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동물보호단체는 물론이고 연예인들까지도 애견 농장, 펫숍 이용을 하지 말자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애견 농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결정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도대체 애견 농장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길래 이 같은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을까.

해당 방송에 나타난 애견 농장의 모습은 그야 말로 ‘애견 공장’이었다. 2~3층 아파트처럼 쌓여있는 사각형의 케이지에는 오물을 뒤집어 쓴 개 한두 마리가 들어가 있었다.

‘뜬 장’이라고 불리는 철망 케이지에서 개들은 잠시 발을 디디지도 못했다. 위층의 개가 배설한 오물을 뒤집어 쓰고 역시 오물에 뒹굴어 있는 물, 사료를 먹었다.

농장 주인은 개들이 계속 교배를 하도록 발정제를 주사했다. 교배를 하지 못하는 개체는 인공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수컷의 정액을 뽑아 암컷의 자궁에 주사했다. 엽기적이라는 말이 꼭 맞았다.

특히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던 것은 바로 임의로 행해지는 제왕절개였다. 수의사 자격이 없는 농장 주인은 새끼를 낳다가 죽을 수 있다며 임신한 암컷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냈다. 돈 몇 푼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이 암컷의 뱃속을 열어보니 내장들이 이리저리 꼬여있었다.

이런 일을 저질렀음에도 농장 주인은 별 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단지 제왕절개를 하면서 마약성 약품인 마취제를 사용한 것만이 혐의로 인정됐다. 법적으로 이들 행위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애견 농장 전수조사 계획을 내놨지만 막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 대부분의 애견 번식장이 케이지가 2~3층씩 쌓여진 구조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개체들은 '뜬 장'에서 평생 발 한 번 제대로 디뎌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사진은 케이지가 1층으로만 설치된 충북 옥천의 한 번식장. 사진=연합뉴스

◆ 전문 번식업자, 브리더에 주목

이에 따라 반려인들이 주목하는 분양처가 바로 브리더다.

‘브리더’란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번식만을 위해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혈통, 건강 등의 지식을 갖고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사육 두수도 농장에 비해 현저히 적다. 애견과 고양이뿐이 아니라 동물 별로 다양한 브리더가 있다.

브리더들의 목표는 우수한 개체 번식이다. 우수성의 기준은 주로 순수한 혈통과 외모다. 브리더들은 혈통 있는 암수가 번식한 개체를 길러 또 우수한 개체와 번식시킨다. 그리고 그 중 우수한 개체를 정성스럽게 길러 또 다른 자견을 만들어내거나 도그쇼 등 대회에 출품하기도 한다.

그래서 브리더들에게서 분양받는 개체는 ‘귀족’에 비유되기도 한다. 한국애견협회가 증명하는 혈통서가 있을 뿐 아니라 아무래도 사육두수가 적은 만큼, 개체의 건강이나 관리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브리더들 대부분이 반려인이라는 것도 반려인들이 브리더에게서 분양을 받는 중요한 이유다. 또 브리더들은 이름을 걸고 분양을 하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감이 높다. 분양시 개체의 출산과 사육 환경 등을 자세히 확인해주고 유의사항을 일러주기도 한다. 브리더가 모여있는 한 연합업체에서는 개체에 대해 무려 7년간 보증을 해준다.

최근에는 브리더가 도시민들의 새로운 귀농 사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브리딩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 업체가 생겨났을 정도다.

 

▲ 많은 수의 브리더는 우수한 개체를 길러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연합뉴스

◆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안

물론 브리더가 반려동물 입양의 궁극적인 대안은 아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선진적인 서양에서는 동물 유기, 학대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식업 자체를 최대한 축소하고 있다. 동물을 상품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유기동물이나 지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번식한 개체를 데려오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브리더의 자격 요건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브리더는 동물번식업과 같은 분뇨배출시설만 설치하면 합법운영이 가능하다. 한국애견협회에서도 동물에 대한 혈통서만 발급해준다. 마음만 먹으면 농장 경영주도 브리더를 자칭할 수 있는 것이다.

브리더들이 분양하는 혈통있는 견종들이 정말 우수한 개체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브리더들이 추구하는 품종견은 혈통 보존을 위해 근친교배 등도 서슴지 않아 각종 유전병을 갖고 있을 확률이 크다”며 “게다가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은 만큼 브리더라고 모두가 우수한 사육 환경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브리더가 애견 농장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이라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한 동물 단체 관계자는 “번식업을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 입장에서는 어쨋든 브리더를 반대하지만 엄격한 규제만 있다면 중간 단계에서의 브리더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브리더가 애견 농장보다는 우수한 개념이지만 농장과의 구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조만간 농장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브리더에 대한 규정도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