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선출’ 한선태와 ‘비주류’ 정정용 감독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
[기자의 눈] ‘비선출’ 한선태와 ‘비주류’ 정정용 감독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9.06.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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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성공신화를 일궈내며 유리천장을 깬 LG 한선태와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신인 투수 한선태는 2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새 역사를 썼다.

KBO 리그 38년 역사상 최초의 비(非)선수 출신인 그는 24일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승격한 데 이어 이날 1군에 올라와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3-7로 지고 있던 8회 초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선태는 26일 SK전에서도 야구장을 찾은 아버지 앞에서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한선태는 중학교 3학년 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보고 처음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 때는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야구부가 있는 근처 고등학교에 찾아가 테스트를 봤지만, “너무 늦었다”는 말만 들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사회인야구와 독립구단 파주 챌린져스에서 뛰었다. 지난해에는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 입단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타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선태는 힘든 이를 악물고 버텼다. 노력 끝에 기량이 급성장했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LG의 지명을 받는 신화를 썼다.

남자축구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16일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해 사상 첫 우승엔 실패했지만,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대표팀 돌풍의 중심에는 ‘비주류’ 정정용(50) 감독이 있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 전까지 국내 축구팬들에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정 감독은 철저히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 청구고-경일대를 졸업했고, 프로가 아닌 실업팀 이랜드 퓨마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국가대표 경력도 당연히 없었다. 서른 전에 선수생활을 접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2014년~2015년 대구 FC 수석코치를 맡은 것을 제외하면 지도자 인생 대부분을 유소년 육성으로 보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치열한 노력으로 명장으로 거듭났다. 훈련과 경기 시간 외에는 전술 공부와 축구에 대한 연구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또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원팀’ (One Team)을 만들고,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스타 출신이 아니어도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국민들이 한선태와 정정용 감독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에 감동하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부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나기’가 점점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양극화 사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에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선태와 정정용 감독은 “그래도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 ‘비선출’ 한선태와 ‘비주류’ 정정용 감독의 성공신화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