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수입차업계가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을 극복하고자 '신차 출시'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시장회복은 요원한 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리콜 등과 해외에서의 보상과 국내에서는 다른 적용 등으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내시장에서 활황을 누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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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총 1만95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8만9928대로 전년(11만6798대)과 비교해 23.0%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판매량은 지난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아우디의 경우 지난 3월 142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4월과 5월은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올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5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나 감소했다.

벤츠는 2만6484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23.9% 감소, BMW는 1만4674대로 지난해보다 절반이나 실적이 줄었다. 다른 수입차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폭스바겐 66.5%, 랜드로버 26.5%, 포드는 18.6% 각각 줄며 춘풍을 즐기지 못했다.

수입차의 자존심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꺾였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6만대를 넘었다. 최근 5년간 국내 판매 점유율은 2015년 15.5%에서 2016년 14.4%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2017년엔 15.2%, 2018년 16.7%로 꾸준한 실적을 보였다.

업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도입된 ‘국제 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인증이 수입차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9월, 2017년부터 적용해온 기존의 유럽연비측정방식(NEDC) 대신 국제 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도입했다.

NEDC 방식은 제조사가 자동차를 최적의 상태에서 검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실제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에 결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를 보완하기 위해 WLTP가 도입됐다.

WLTP 도입으로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시 기존보다 시험주행시간, 평균 및 최고속도 등이 늘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기존처럼 ㎞당 0.08g에 맞춰야 해 엄격해진 인증 절차에 제조사들은 신차 출시를 미루며 난항을 겪었다.

지난 4월 경실련이 자동차 레몬법 미수용 수입차 브랜드 항의방문한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형 레몬법에 “나 몰라라”... 소비자 ‘갸우뚱’

하지만 WLTP만 수입차의 질주를 막는 건 아니다. 국내에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수입차업체는 도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레몬법에서의 '레몬'은 결함이 있는 자동차, 불량품을 지칭한다. 이는 오렌지(정상 제품)인 줄 알고 샀으나 신 레몬(하자가 있는 제품)이었다는 뜻으로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중대 하자 2회 또는 일반 하자 3회가 발생할 경우 중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해주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한국형 레몬법’을 포함한 자동차관리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현재 수입차 업계에서는 볼보와 BMW, 미니, 재규어, 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 등이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캐딜락 등 대다수 업체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세라티, 지프, 푸조, 포르쉐 등은 여전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BMW 뉴 7시리즈/사진=bmw

하반기 신차 나오는데... 자존심 회복 가능할까

이에 수입차업체는 신차 출시를 빼 들며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BMW는 '뉴 7시리즈'를 선보인다. 뉴 7시리즈는 6세대 7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로 BMW는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다는 평이다. 하지만 지난해 차량 화재사고로 홍역을 겪은 터라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벤츠는 하반기에 순수전기차 더 뉴 EQC를 통해 실적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상반기 출시가 지연된 A클래스 세단, 더 뉴 GLE, 더 뉴 G클래스 등을 선보인다. 하지만 벤츠는 앞서 28일 '배출가스 인증위반'으로 78억 과징금에 대한 취소소송을 냈으나 패소하는 등 본격적인 기지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2011~2016년 21개 차종의 배출가스 또는 소음 관련 부품을 인증이 안 된 부품으로 제작했음에도 변경 인증을 받지 않고 8246대를 수입·판매한 것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당시 벤츠 외 BMW와 포르쉐코리아 또한 배출가스 인증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경 인증을 받지 않았다며 각각 608억, 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포드는 중형 패밀리 세단 '몬데오', 대형 SUV '익스플로러', 대형 SUV '에비에이터', 랜드로버는 하반기 첫 타자로 '이보크'를 선택해 반등에 나선다. 폭스바겐은 소형 SUV '티록', 플래그십 SUV '투아렉'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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