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재인 “한반도 비핵화 앞당길 것”, 트럼프 “앞으로도 많은 진전 있을 것”, 김정은 “남다른 용단에 감사”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 풀 듯... 재계총수 회동서 ‘화웨이’ 언급 안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정전선언 66년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한국, 미국, 북한의 정상이 만나 역사적 악수를 나눴다. 판문점에서의 깜짝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제안한지 32시간여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경기 파주에 위치한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만났다. 트럼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위에서 손을 맞잡은 시각은 오후 3시 45분이었다.
 
악수를 나눈 북미 정상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각을 향해 이동했다.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월경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북쪽지역으로 월경했다가 1분 가량 기념촬영과 인사말을 나눈 뒤 남쪽지역으로 넘어왔다.
 
이후 북미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발언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이 행동 자체만 보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분계선을 넘은 것은 다시 말하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는 훌륭한 우정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연락을 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남쪽 자유의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완성됐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고, 세 정상은 활짝 웃으며 잠시 동그랗게 모여 대화를 나눴다.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회동이 성사된 셈이다. 이는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 후 122일만의 북미 정사간 만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가 훌륭한 관계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앞으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경계석(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 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김 위원장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으로 '하노이 노딜' 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 간 회동이 한반도 비핵화를 더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 정상은 두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남북미 관계가 전례없이 발전했고, 이를 토대로 비핵화 대화가 성공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견을 통해 판문점에서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 비핵화 대화를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미국과 북한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마주서서 평화를 위한 악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 최선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볼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계 주요 총수와 30분간 미팅을 가졌다. 약 30분 가량 진행된 회동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말만 하고 끝났다.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 대신 권영수 회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인사말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현대차, SK, CJ의 리더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이들을 “훌륭한 리더”라고 소개한 후 “다시 한 번 대미 투자를 해준 데 감사드린다. 지금보다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주요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유일하게 CJ가 1조1500억원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손경식 CJ회장은 "미국 식품, 유통부문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美 동부와 서부에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그동안 CJ는 미국에 3조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투입했고 특히 올해만 2조3000억원을 집행했다"며 "추가로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투자약속에 대해 CJ는 "미국 현지에서 인수합병(M&A)와 생산시설 설립 등을 통해 투자를 확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회동은 애초 '경제인 간담회'로 알려졌으나 참석 기업인들의 발언 기회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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